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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존슨」「코시긴」두 거두는 오늘 아침 제2「라운드」도 끝마쳤다. 제1「라운드」의 결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중요성에 합의」였다. 그걸 합의하려고 5시간이 넘도록 회담했다면 놀랄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극적인 일이 일어났을 것 같지 않다.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났더라도 그 내막을 알 길이 있을지. 외교는 전 지구를 무대로 하는 기막히는 책략이며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미궁. 여기서 현혹되지 않는 자는 「힘있는 자」만이라고 한「가르당」의 말이 새삼 실감된다.
지금 「힘없는 자」들은 각각 자신의 입장에 따라 초조와 불안, 그리고 기대와 체념 등 착잡한 심경으로 미궁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단지 지켜볼 뿐, 그 이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여기서는 법도, 합리적인 이치도 아무 구속력이 없다. 『짐은 빼앗고 훔치고 약탈한다. 그러면 법률가들이 짐의 뜻을 받들어 이 모든 일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서 바친다』고 한 「프리드리히」대왕은 오래 전에 죽었다. 그렇지만 절대왕정의 외교와 이에 구실을 제공하는 학문 즉 국제법학은 오늘날에도 국제정치에 엄연히 살아있다.
모두들 좋다고 하는 민주주의가 외교에서만 안 되는 이유가 무얼까? 일반국민이 외교를 잘 모르니 무조건 나라를 위해 하는 것이라 믿어버리기 때문에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국민적 이익이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도끼를 믿다가 발등이 박살이 나도 이 버릇은 좀처럼 못 버린다. 1차대전의 원인을 비밀외교와 동맹체제로 보는 사람도 있다. 국민적 이익을 비밀리에 거래하여 맺었던 동맹체제가 부분적인 분쟁을 일거에 전면전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존슨」 「코시긴」두 거두는 우리가 알 길이 없는 차원에서 무엇을 의논했을까. 수십 억의 인간이 이들의 낯빛을 살피며 일희일비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몰골 사납고 한심하다. 이들 「힘있는 자」의「협조」가 「힘없는 자」의 부당한 희생 위에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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