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난 전단 뿌리러 가던 민간단체 … 경찰, 가스총으로 위협해 저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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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101회 생일(15일)을 맞아 민간단체들이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삐라)을 살포하려 했으나 정부가 이를 저지하면서 무산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은 지난 13일 새벽 김포 월곶에서 북한 체제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비난하는 비닐 전단 10만 장을 날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사전에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지역에 이들의 접근을 막고 전단과 전단살포용 풍선을 압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경찰은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타고 이동하는 차량을 쫓아오다 정차시키고 차량과 장비를 압수했다”며 “화물차에 탄 회원이 내리지 않자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도 이 같은 일은 없었다”며 “경찰이 실제 총을 국민들에게 겨눈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포경찰서 측은 “남북관계가 첨예한 대립을 하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자칫 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사전에 통제키로 결정했다”며 “경찰의 명령에 따르지 않아 가스총을 사용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국내 일부 단체의 전단 살포 움직임이 있자 북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우익 보수 깡패들이 감히 민족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적대적인 삐라 살포 놀음을 벌려놓으려는 것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헐뜯는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한 장의 삐라라도 (북한 지역에) 날아오는 순간 도발 지점은 순식간에 날아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은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이 단체들은 14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지지하며, 북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최근 통일부 관계자가 찾아와 대북 전단 살포를 만류하고 파주시 상인들이 살포 중단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북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위협을 지속할 경우에는 전단을 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다음 달 9일까지 망배단에 집회 신고를 낸 상태다.

정용수·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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