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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인프라 너무 낙후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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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기장 인프라의 개선과 관중의 저변 확대다. 야구경기장은 경제 수준에 비해 매우 낙후된 수준이다. 한화 이글스는 1964년에 건축된 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원정팀 라커가 없어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는 잠실야구장은 83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개최를 위해 지어졌다. 시설의 낙후도 문제지만 그 시설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소유주인 지방자치단체는 장기계약을 허용치 않아 구단이 체계적인 팬 서비스를 계획할 수 없게 한다. 경기장 사용권만 주고 경기장을 이용한 광고권은 움켜쥐고 있기도 하다.

 야구장 인프라 낙후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 지도층의 무관심 때문이다. 순수하게 스포츠를 위해 지어진 경기장은 드물다. 대부분은 국제대회 개최 조건 때문에 건축됐다. 프로야구 9구단인 NC 다이노스를 유치하기 위해 경기장 신축을 약속했던 창원시는 불성실한 이행으로 야구팬의 지탄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어떤 팀도 원치 않는 고척동에 돔구장 건설을 혼자 결정해 놓고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에 경기장을 사용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팬층의 저변 확대 없이는 프로야구의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일주일에 6일간 경기하는 프로야구는 대도시에 연고를 둘 수밖에 없다. 중소도시에서는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싶어도 TV를 통하지 않고는 즐기기가 쉽지 않다. 중소도시의 시민들에게도 즐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부 리그인 퓨처스리그를 미국의 마이너리그처럼 본격적으로 운영하길 제안한다. 2부 리그 팀들을 단순히 1부 리그 팀을 위한 선수 육성 기능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프로야구 저변 확대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의 야구경제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