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반대" 세계 곳곳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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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다시한번 이라크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한 가운데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전세계 여론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8일 ARD-TV와의 회견에서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보고서와 관련, "보고서의 핵심은 사찰단이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면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피해야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강조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국가도 '미친 행위'를 저지를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했다.

이날 시라크 대통령을 방문한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도 "이라크와 이웃 국가들에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재난과 위기를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러시아.파키스탄도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을 연장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가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미국이 이라크 공격 승인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을 때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했다.

각계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8일 "전세계 가톨릭 교도들은 중동에서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41명은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앞두고 "미국이 국제사회의 지지없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의회에 배포했으며, 1991년 걸프전의 영웅으로 불리는 노먼 슈워츠코프 예비역 장군도 이날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찰단이 전쟁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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