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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봄 찾으러 나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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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며칠 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열린 춘계학술세미나 취재를 갔습니다. 대부분의 학술세미나가 그렇듯 저와 거리가 먼 학술용어들이 난무해 간단히 촬영을 하고 빠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두 명의 연사가 발표를 마쳤을 즈음 어느 정도 사진 취재도 마무리됐습니다.

세미나가 열린 강의실은 10층이었습니다. ‘뭐 재밌는 거 없나?’하며 창 밖을 내려다보았는데 유치원 마당에 흩어져 놀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야외활동 시간이 끝나 교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갑자기 다시 일사불란하게 흩어졌습니다. 뭔가 놀이를 하는 듯했습니다. 실내여서 느리게 맞춰져 있던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바꾸고 아이들이 다시 모이길 기다립니다. 잠시 후 아이들이 다시 모였고, 곧이어 또 흩어졌습니다. 아이들이 흩어지는 순간에 셔터를 누릅니다. 어디론가 막 달려 나가는 어린이들의 정지동작이 참 재밌습니다.

봄은 언제 오는 걸까요? 팝콘처럼 톡톡 터지는 벚꽃을 볼 때,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차지 않다는 걸 느낄 때, 한강변에 늘어난 자전거 행렬을 볼 때, 밥만 먹고 나면 졸음이 밀려올 때, 가볍고 화려해진 여성의 옷차림을 볼 때 우리는 봄이 찾아왔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말은 ‘춘계’학술세미나였지만 봄은 없었던 강의실 창 밖으로 우연히 만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달리기 소리에서 봄은 다가왔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봄이라 더 반가웠던 오후였습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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