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서 증언에 불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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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부전선=이돈형·송영학 기자】간첩으로 오인되어 피살된 것으로 발표된 미2사단 23연대3대대 소속 정익순(23·서울 성동구 금북동 산28)일병의 사인 조사에 나선 한국 인권옹호협회(회장 박한상)는 26일 하오 4시 임진강 북쪽 휴전선에서 약2.5킬로 떨어진 사고현장을 조사했으나 미군측이 답변을 회피할 뿐 아니라 사고당시 정 일병과 함께 있던 병사들의 증언청취를 허락지 않아 의문점을 풀지 못했다. 이날 3대대장 「크로닝거」 중령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근무지를 이탈한 것만이 잘못이다.』는 말을 되풀이, 정 일병이 피격된 지점조차 가르쳐 주지 않았으며 가해자 「윈클스」 일병의 조처에 대해 『부대안에 있다.』고만 말하고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이날 미군측은 사고 경위에 대해 지난 10일 밤 11시 23분쯤 정 일병과 「윈클스」 일병이 다른 6명의 미군병사와 함께 5미터 간격으로 잠복 근무했는데 사고 직전 동족과 남쪽에서 두 차례의 총성이 들려 긴장한순간 정 일병이 그의 위치에서 약4미터 벗어났기 때문에 「윈클스」일병이 간첩으로 오인, 자동 소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미군측은 ①정 일병이 근무지를 이탈했고 ②최전방이라 암호없이 무조건 쏘게 돼 있고 ③근거리이므로 방탄조끼를 뚫을 수 있었다고 내세웠다.
이날 조사단을 인솔한 박한상 회장은 『정 일병이 작년 8월 이후 계속 그곳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규칙을 어기면서 이탈했을 리가 없으며 아무리 어두운 숲 속이라도 4미터 밖의 정 일병을 몰라 볼 리가 없다.』고 주장, 미군 고위층과 국방부에 교섭하여 계속 사인을 캐겠다고 말했는데 조사단은 정 일병과 함께 근무하던 7명의 병사가 모두 미군이어서 미군측의 적극 협조없이는 정확한 사인 규명이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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