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인 울린 자칭 "교포재벌" 「현해탄 사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모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자칭 재일교포 재벌 「고모다」(천전경이·50=한국명 윤경이)씨의 달콤한 꾐에 속아 거액을 축냈던 삼익물산 공사대표 장세형(48·청주시 남주동1)씨 등 수명의 피해자들은 27일 『순박한 국내 기업가들이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뜻에서 이 사실을 폭로한다.』고 당국에 호소했다.
「외자 도입의 붐」을 타고 「현해탄 사기사」들이 머리를 드는 것일까.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장씨가 「고모다」씨를 알게 된 것은 64년 9월 「도꾜」에서 열린 국제 농림수산기술협회 대회때였다.
식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고모다」씨는 그 자신의 사업이 소개 된 「재계 전망」이란 잡지를 넌지시 장씨에게 보여줬다. 그 안에는 그의 사업체라는 「오꾸라」석유, 부동산회사, 「규슈」전업 등이 그럴듯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몸은 늙고, 내 심혈의 결정을 조국의 산업발전에 바치겠소. 귀국하면 많이 협력해 주시오.』- 장씨는 이 말을 듣고 그 자신 대사업의 꿈에 가슴이 부풀었다. 평지풍파의 씨눈은 여기서부터 일었다.
○…「고모다」씨의 고향은 충북 청원군 북이면 내수리. 34년 전에 도일했으나 고향엔 늙은 아버지와 누이동생들이 살고 있었다. 장씨는 귀국한 다음 이내 충북 도지사를 방문, 이 전갈을 알리는 한편 「고모다」씨와는 자본 불입금 1억3천만원(77대 23비율)으로 「왁스」전기기재를 생산하기 위한 「오꾸라」석유 회사를 창립했다. 경제기획원으로부터 외국투자 등록증명을 맡기까지 거의 2백여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 투자되리라고 믿었던 「고모다」씨의 자본은 일본 정부에서 쉽게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때마다 「고모다」씨는 말버릇처럼 『일본 자민당 원내 총무와 잘 아는 사이』라는 등 『아내가 일본 고위관리와 친척』이라는 등 앞자락을 깔곤했다.
○…이 바람에 흥분한 것은 충북도 당국. 「고모다」씨가 여러 차례 공장 후보지를 물색한다고 청주에 내려올 때마다 융숭한 대접을 해주면서 「청주공업단지」를 이뤄주도록 바랐다. 도 당국은 스스로 청주시 운천동에 2만3천평 규모의 공업단지를 만들 설계를 꾸미고 공장이 세워질 땐 언제든지 용수로·전기·도로 포장·보세창고까지 지어 주겠다고 앞장섰다는 얘기도 남겼다.
뒤늦게 「고모다」씨의 거동을 수상하게 여긴 장씨 등이 일본에서 직접 자산을 알아본 결과 등기부상엔 겨우 1백50만원으로 나타나 있더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모 토건회사는 「고모다」씨로부터 남산 「호텔」을 짓자는 제의에 따라 수백만원의 손해를 봤으며 D실업은 보세가공업을 하자는 꾐수에 1억여원의 부동산이 은행에 경매되는 신세를 졌고, S무역은 갈포 수출을 하자는 바람에 3백여만원을 사기 당했다는 것.
한탕의 바람을 일으킨 뒤 「고모다」씨는 지난 5월 16일 일본으로 뺑소니, 뒤늦게 모두가 사기 행각인줄 알게 된 기업가들이 이 사실을 당국에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