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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라운드」 타결 그 후의 세계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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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관세 30% 일괄인하로 대단원을 이룬 「케네디·라운드」의 타결은 세계경제에 신기원을 그은 위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무역자유화의 선도 역할을 해온 미국통상 정책의 새 방향, 「블록」경제체제를 이루어온 서구, 특히 EEC의 동향, 그리고 선·후진국 간의 격차를 둘러싼 남북문제 등 「케·라운드」뒤에 올 세계경제의 조류 또한 단순하지 않다.

<미의 새 통상 정책>
미국이 주도한 「케·라운드」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존슨」 대통령은 이미 『「케·라운드」 성공이 무역자유화 교섭의 종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선진제국간 무역장벽의 가일층의 제거와 저개발 제국 무역개선을 위한 장기적 새 무역정책』 입안을 지시한바 있다.
「존슨·라운드」로 표현되는 미국의 새로운 구상은 「케·라운드」의 경험에서 관세인하보다는 농업문제나 ASP(시가역산제) 제도, 「덤핑」 및 국산품 우선 구매 등의 경우와 같은 비관세 장벽 제거에 중점이 놓여질 전망이다.
그러나 「케·라운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국내의 공기가 반드시 「존슨」의 새로운 전진을 지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미국 내에는 보호무역적인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철강·섬유·화학업계의 수입제한 지지와 관세철폐 반대투쟁은 업계의 사활을 건 움직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임금이나 원료 등 제조 「코스트」가 외국에 비해 훨씬 비싼 미국의 제조업계가 관세인하로 인해 밀려들 외국상품을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고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5월초 상원에 제안한 「하드케」 의원의 「덤핑방지법 개정안」은 미국내의 보호무역파를 대변하는 증거물.
따라서 「존슨」의 신무역정책이 의욕적일수록 그 반발도 클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이 상태로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무역 정책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며 「리더쉽」도 뺏길 것이 뻔하다.』고 자유무역파는 비관하는 형편. 미국이 이러한 국내적 압력과 국제적 추세를 어떻게 자유화 방향으로 조정, 유도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나 그 귀추가 세계무역의 금후를 크게 판가름 할 것만은 분명하다.


「케·라운드」 성립의 영향은 EEC에도 직접 찾아온다. EEC는 68년 7월 1일 역내 관세를 전폐하고 대외 공통관세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 관세는 가맹 6개국 관세의 평균치이기 때문에 「케· 라운드」의 결과 현재 12%의 공업품 평균 관세율은 6.5%가 된다.
이것은 서독의 현행 관세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에 서독·「베네룩스」 제국은 별다른 영향을 입지 않으나 관세보호를 받아오던 불·이 산업계는 역내 경쟁과 국제경쟁의 이중의 타격을 받은 듯.
서구 제국은 「케·라운드」 타결이 약육강식의 무역전쟁을 초래할 것을 우려, 그 대비책으로 「드골」 대통령은 국제경쟁력의 강화와 경제안정을 위한 긴급 권한을 의회에 요청했을 정도.
또한 「케·라운드」가 국제무역을 촉진시킬 것만은 분명하나 EEC의 장벽을 뚫고 미·EEC간의 유대를 강화하려던 「케네디」 대통령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미·EEC간의 경쟁 격화와 이에 따른 경제 「블록」의 강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EEC가 완전 통합하는 70년 1월부터는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미국의 보호무역론이 승리할 경우 이제는 거꾸로 미국의 장벽을 제거하고 세계경제의 「리더쉽」을 잡고 나가기 위해서도 EEC의 자체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 방편은 영국을 EEC에 가입시키고 EEC를 에워싼 EFTA(구주자유무역연합) 각국을 차례로 맞아들여 미·소 양국과 나란히 세계경제를 받드는 세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의 성패는 앞으로의 세계경제 기상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남북문제>
「케·라운드」 협상에서 가장 소외감을 느끼면서 관전자로 시종한 것은 저개발국가들-. 「가트」 가입 72개국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저개발국가들의 「케·라운드」 타결에 대한 첫 반응은 『우리가 얻은 것은 너무도 적다.』(인도PTI통신)는 것.
따라서 이들은 「케·라운드」를 계기로 전후 20여년간 끌어온 남북문제를 다시 제기, 68년 2월 「뉴델리」서 열리는 UNCTAD(국련무역개발회의)를 통해 특혜관세 제1차산품 문제 등의 해결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케·라운드」가 미·서구에서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 것과 같이 저개발국의 단결을 촉진시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선·후 진국간의 현저한 경제성장 격차는 이미 고질화된 것.
DAC(개발원조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62년도에 「남」이 「북」에 지불할 원리 상환액은 이미 같은 해의 원조총액 중반을 넘고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더욱더 많은 원조를 필요로 하는 「원조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후진국들은 이러한 악순환의 탈출구를 이들은 무역 그것도 수출의 증가에서 찾고 있다.
그런데도 저개발국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3%전후로 「유엔」 개발 10년의 목표인 연평균 5% 경제성장에 필요한 수출 증가율(연 6%)의 반밖에 안 된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 부진이 「가트」의 관세조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저개발국의 수출 구조 때문이라는 점.
「남」국의 수출은 가격 탄력성이 얕은 1차산품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공업제품 수입 신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1차산품 수출신장률이 저개발국의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후진제국은 「케·라운드」의 관세 일괄 인하보다는 1차산품의 수출가격 안정 및 수입의 양적 제한 철폐 등 관세 이외의 무역장애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남·북 문제는「케·라운드」뒤에 오는 가장 중요한 세계경제의 문제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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