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현 군 어머니가 다시금 밝히는 3년 전 아들의 죽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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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크리스틴 사고로 사망한 정종현군의 어머니 김영희씨.

3년 전 빈크리스틴 의료사고로 사망한 정종현군(당시 9세)의 어머니 김영희씨가 대중 앞에서 아들의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씨는 9일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과 대한의사협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 참석해 아들의 사망 사고와 환자안전법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주치의의 잘못된 주사 투여로, 10일 만에 아들이 숨졌다"
먼저 김씨는 “지난해 8월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와 의협 노환규 대표의 중재로 병원과 합의해 병원장의 사과와 보상도 받고 개인적인 원한 없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3년 전 발생한 아들의 의료 사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씨가 밝힌 정종현군의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7년 6세 정종현군은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6개월간의 집중치료가 끝나고 12차 유지치료를 위해 2010년 5월 18일 병원에 입원했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해 하루 외박 후 다시 입원한 종현군에게 전공의 1년차 주치의가 주사를 놓았다. 척수강내로 시타라빈을, 정맥으로 빈크리스틴을 투여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종현군은 같은 과정으로 20여 차례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척추주사를 맞은 지 6시간이 지나자, 종현군은 두통과 엉덩이 통증을 호소했다. 두통이 너무 심해 아버지가 머리를 꽉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도 종현군은 몸부림을 치며 길길이 날뛰었다.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진 종현군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악화됐다. 하체 마비에 이어, 겨드랑이, 팔, 손가락 순으로 상행성 마비가 왔다. 결국 주사를 맞은 지 10일 만에 종현이는 사망했다.

바로 ‘빈크리스틴 사고’였다. 빈크리스틴이 정맥으로 투여되지 않고 척수강내로 투여될 경우 7~10간의 급강기를 거치며, 사망에 이르는 의료사고다.

김씨는 이 같은 아들의 사망 과정을 설명하며 “사망선고 후, 주치의도 너무 많이 울었다. 의사들도 아들의 사망 원인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주치의는 주사를 놓은 다음 날, 종현군이 두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으로 빈크리스틴 사고에 대한 예후를 찾아보고, 선배 전공의에게 주사약이 바뀐 거 같다는 보고를 했다는 것.

김씨는 “나중에 논문을 통해 종현이가 빈크리스틴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화장해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단 한 명만 이 사건에 대해 알렸어도 종현이는 살았을 것"
이후 김씨는 빈크리스틴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종현군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이런 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있음을 알게 됐다.

김씨는 “종현이 앞에 이런 일을 겪은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사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알려줬다면, 종현이는 지금 살아남았을 것”이라며 “제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김씨는 “의료계는 정보를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실수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을 치료할 때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위주로 치료를 하지만, 의료사고가 나면 가장 가능성이 없는 이유를 붙잡고 책임을 면하려고 한다는 것.

이에 김씨는 “유족은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의료진에 대한 미움, 분노가 커져 폭력을 행하게 된다. 모두가 피해자, 가해자가 되는 불행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수한 희생자를 내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사고에 대한 가해자로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청중들에게 호소했다.

더불어 “의료사고가 나면 거의 개인적 합의로 끝나거나 보호자가 제대로 몰라 병원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관행을 깨고 의료사고에 대한 자료가 수집돼 제도적으로 예방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환자안전법의 필요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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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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