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미 수입을 반대한다|정상적인 시장 조작방식이 필요 - 주석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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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에선 들먹이고 있는 쌀값 안정을 위해 외미 10만톤 수입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명제에서 본다면 일응 이해함직도 한 일이지만 1천8백만불의 외화를 낭비해야할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긴 눈으로 본다면 그렇지 않아도 가난에 허덕이고있는 농촌경제에 한층 더 타격을 주게되고 모처럼 궤도에 오르고 있는 증산·건설의 민족적 신념에 냉수를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고난을 참고서라도 외미 수입은 이를 중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금년도 연두교서를 비롯하여 기회 있을 때마다 1960년엔 2천6백만 석밖에 생산하지 못했던 식량을 1966년엔 5천2백만 석을 생산하게 되었고 1966년의 미곡 실 수확고는 2천7백만 석으로서 1965년에 비해 3백만 석이 증산되었다고 주장한바 있다.
여기에 금년도 미국 잉여 농산물 도입 예정량 6백68만 석(전년도 미착분 포함-농림부 추산)을 가산한다면 식량은 의당 남아 돌아가야 할 것이므로 1천8백만불이란 막대한 외화를 쓰면서까지 외미를 수입하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리고 요즘의 쌀값 파동은 그 주요 원인이 시장 조작 방식의 잘못에 있으며 외미를 수입하지 않더라도 시장 조작 방식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하기만 한다면 능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당국자들은 쌀값 파동의 원인이 마치 상인의 농간에 있는 듯이 말하면서 책임을 상인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지만 아닌게 아니라 일부 상인 중에는 농간질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것은 피상적 현상일 뿐 본질적 원인은 시장의 기능이 약화된 탓에 있으며 시장의 본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상인의 농간과 쌀값 파동은 더욱더 격화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 쌀값 파동의 책임을 상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파동이 일어난 원인을 조성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엄숙한 반성이 앞서야할 것이다.
여기서 현 정책이 불합리한 점 중에서 몇 가지만 추려서 열거해 보겠다.
첫째, 정부미 방출 가격을 계절성과 시장성을 무시하고 시장가격과 동떨어진 고정가격제 (작년은 4월부터 8월까지 동일한 가격으로 방출하였다)를 쓰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배리 되는 것으로서 애당초 성공 될 탓이 없는 불합리한 방식이다.
즉 시장경제체제하에서의 쌀값은 그 생리상 계절성을 가지게 마련이므로 최소한 보관 중의 감량, 창고료 및 금리가 보전되어야하며 만일 이것이 무시된다면 유통질서가 파괴되게 되고(상인은 장기보유를 기피하고 농민들은 추수기에 일시에 방출한다) 따라서 추수기 폭락 춘궁기 폭등의 현상이 격화되게 된다.
그리고 시장경제체제하에서의 시장가격은 수요공급원칙에 의하여 결정되게 마련이므로 공급량이 부족하여 쌀값이 오를 때에 공급량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고 단속에만 주력하거나 또는 산지 값보다도 헐한 값으로 시가를 억제한다면 도시에의 반입량이 한층 더 줄어들어 쌀값 파동을 부채질하게 되며 작금 양년의 예가 바로 이것이다.
둘째, 시장의 실세를 무시하고 시가보다 동떨어진 헐한 값으로 정부미를 방출한다면 반드시 시가와의 사이에 이중가격이 형성되어 중간상인에게 부당이득을 주게되고 또 지방으로 역류하게 되는 것이므로 시장경제체제하에서의 정부미 방출방식은 시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방출하면서 유통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방출가격을 인하하는 유도 방식을 써야한다.
정부에서 쓰고 있는 시장 조작 방식은 시장경제원리에 배리 되는 것으로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방식이므로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려고 할진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시장 조작 방식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며 진정 상인을 믿을 수 없고 시장을 육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시장경제 체제를 단념하고 전국통제체제로 전환해야할 것이고 자유도 아니고 통제도 아닌 흐리멍텅한 중간에서 방황한다면 실패의 구멍이 한층 더 커지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농업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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