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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허스키한 소녀의 무심한 사랑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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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이하이(17)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 정규 앨범 ‘퍼스트 러브(First Love)’는 발매 즉시 각종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지난달 초 앨범 전반부 5곡이 먼저 공개됐을 때 타이틀곡으로 채택됐던 재즈풍의 블루스 ‘잇츠오버(It’s over)’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후반부 타이틀곡 ‘로즈(Rose)’를 비롯해 5곡이 마저 공개되자 잊혀진 퍼즐 조각을 찾은 듯 대중은 앨범을 차트 1위에 올려놓으며 즉각 반응했다. YG 양현석 사장이 명반으로 만들겠다며 벼르고 별렀다는 말대로 사람들은 그의 이름처럼 노래도 ‘하이(high)’하다고 받아들였다. 5일 중앙일보를 찾아온 이하이는 자신의 1집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처음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어요.”

 그의 말대로 1집은 이하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종합선물상자다. 재즈와 블루스 계열의 다양한 곡들을 이하이의 강점인 중저음의 허스키한 음색을 살려 예쁘게 포장했다. 타이틀곡 ‘로즈’는 YG의 대표 프로듀서 테디와 원타임의 송백경이 공동 작곡한 알앤비(R&B) 하우스 장르의 곡이다. 사랑의 다양한 색깔이 담겨 있는 곡들을 이하이는 무심한 듯 부르는데, 그 무심이 오히려 묘한 매력을 풍겨낸다.

 “곡 해석이 힘들었어요. ‘로즈’는 테디 오빠의 설명을 듣고도 이해가 안 됐어요. 사랑하는데 가시에 찔릴 테니 다가오지 말라는 건…. 흡사 『어린 왕자』에서 왕자와 장미의 관계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불렀죠.”

 딱 한 번,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짝사랑을 한 게 전부다. 알릴 것도 없고,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이하이표 짝사랑…. 그 경험이 담긴 곡이 선우정아가 쓴 ‘짝사랑’이다.

 “끈적해 보인다는 분도 많으시더라고요. 제 생각엔 소녀다운 감성 같은데, 제 목소리 때문에 그렇게 들리나 봐요.”

 이하이를 살린 건 8할이 목소리다. 나이답지 않게 허스키한 소리를 내 어릴 때 동요 부르지 말라는 타박을 듣게 했던 그의 성대는 남들보다 짧은 대신 2배 굵어 튼튼하다.

 “발성을 배우기 전 제 나름대로 노래를 익히는 방법이 무조건 불러보는 거였어요. 될 때까지 하다 보면 목이 좀 쉬지만 다음 날이면 괜찮아졌죠.”

 목소리와는 달리 상큼한 소녀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그의 매력이다. 그는 지금 “먹고 싶은 걸 당장 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이하이에 따라다니는 별명은 ‘괴물신인’이다. 지난해 ‘K팝스타’ 준우승 이후 발표한 ‘1, 2, 3, 4’로 각광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아이돌’이라 생각할까.

 “저는 아이돌도 아니고, 아이돌이 아닌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굳이 정의 내리자면 그냥 저는 저인 것 같아요. 누가 들어도 ‘이하이구나’ 싶은 개성 있는 가수가 되고 싶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은 왜 이하이를 좋아할까. 그가 쑥스러워하며 답했다.

 “제 목소리에서 매력을 느끼시는 거겠죠…. 사장님도 저한테 딱 맞는 노래만 골라주셨고요. 더 생각해볼게요. 다음엔 더 잘 답할 수 있게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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