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제2 신경영'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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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미국으로 출국했던 이건희 회장이 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뉴시스]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이 6일 돌아왔다. 지난 1월 11일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3개월 만이다. 예년보다 훨씬 길었던 해외 체류 기간 탓에 어느 때보다 그의 입국 현장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더욱이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삼성은 연초임에도 신규 투자 결정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였다.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체류 기간)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여행을 많이 하고, 미래 사업 구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밝힌 ‘미래 사업 구상’ 발언에 방점을 찍는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요 계열사 임원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을 내놓은 지 꼭 20년째 되는 해다. 당시에도 이 회장은 6개월 이상 해외에 머물며 신경영 구상을 다듬었다. 이번 그의 귀국 보따리에 발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경영 구상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이 회장의 언급대로 삼성은 그룹 전체로 미래 사업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그가 귀국하기 바로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잠정치)엔 이 회장의 기대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출·순익 등 삼성전자의 실적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지만 스마트폰 하나에 그룹 전체가 ‘울고 웃어야’ 하는 사업 편중 상황 역시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계열사들이 10여 년 넘게 태양광· 2차전지 등 신수종사업을 찾고 있지만 “그렇게 많이 투자하고도 실적은 안 나오고 왜 여전히 진행형이냐”는 날 선 지적이 그룹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해외 체류 기간 동안 만난 지인들에게 ‘스마트폰으로 향후 2∼3년은 먹고살 것 같은데, 그 이후 것들이 잘 안 보여 고민’이라는 말을 주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 이 회장은 연초 그룹 시무식에서도 “10년 안에 삼성의 사업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도전의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신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이처럼 ‘혁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어느 때보다 깊게 하는 만큼 이번 주부터 본격 출근 경영을 시작하면 크고 작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 쪽 주요 임원들은 귀국 당시 수차례 언급한 ‘연구’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경영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6일 공항 입국장에서 “사물을 길게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삼성 임원은 “단순히 그룹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경영 20주년 기념 같은 공개된 행사는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2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영으로 이벤트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관련, “그분(박근혜 대통령)도 오랫동안 연구하고 나온 분이라서 잘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저희 삼성도 작지만 열심히 뛰어서 도와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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