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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느껴봐 … 나연이 나연에게 건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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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나연이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첫날 11번 홀에서 스윙을 하고 있다. 최나연은 4언더파 공동선두에 올라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란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이터=뉴시스]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첫날 아침. 흥분과 기대로 부산한 연습장에서 최나연(26·SK텔레콤)은 시간에 쫓겨 평소보다 약간 서두르게 됐다. 스윙 리듬도 함께 빨라졌다. 그러면서 샷이 삐뚤빼뚤 흩어졌다. 티타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

 연습장을 떠나기 직전 최나연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며 9번 아이언을 꺼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아이언을 부드럽게 스윙했다. 스윙을 몇 차례 하면서 그는 자신에게 “눈을 감고 느껴봐”라고 주문했다.

 최나연이 5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대회 첫날 4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다. 웨지부터 드라이버까지, 1번 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스윙 리듬이 일정했고 물처럼 부드러웠다. 동반자인 장타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보다 멀리 나가는 드라이브샷도 많았다.

 최나연은 “눈을 감고 9번 아이언으로 스윙하는 건 스윙 리듬이 흐트러졌을 때 사용하는 해결책이다. 오늘은 톡톡히 효과를 본 것 같다”며 “눈을 감고 휘두르던 느낌을 생각하며 스윙을 했더니 공이 클럽 페이스에 찰싹찰싹 붙어 똑바로 멀리 나가더라”고 말했다. 메이저대회의 좁고 긴 난코스에서 최나연의 그린 적중률은 89%였고, 페어웨이 적중률은 93%였다. 최나연은 “그린을 놓친 홀도 그린 옆 프린지여서 사실 모든 홀에서 버디 퍼트를 했다. 퍼트를 많이 넣지 못한 건 아쉽지만 공을 때리는 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만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을 가진 잭 니클라우스는 “대회 내내 일정한 리듬의 스윙을 계속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최나연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4위 밖으로 밀리면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루이스는 첫날 1오버파로 부진했다. 최나연은 “메이저대회의 어려운 코스를 만나면 더 재미있고 도전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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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트레이너, 영어 선생님 겸 매니저와 함께 투어를 돈다. 캐디까지 합하면 4명이 여행하는 셈이다.

또 틈틈이 스윙 코치와 멘털 코치를 대회장으로 불러 레슨을 받는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고급 주택가에 집도 장만했다. 집에 머무는 기간은 1년에 10주 정도지만 그 기간 가장 좋은 훈련을 하기 위해 타이거 우즈가 연습하던 최고 클럽 근처로 이사도 했다. 너무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의견에는 “투자하면 10배, 100배로 돌아오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편 양희영(24·KB금융)이 3언더파 공동 4위, 신지애(25·미래에셋)·박인비(25)·박희영(26·하나금융)은 2언더파 공동 6위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박세리(36·KDB)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와 함께 이븐파를 쳤다. 지난해 30㎝ 우승 퍼트를 놓친 비운의 주인공 김인경(25·하나금융)은 3오버파 공동 70위로 부진했다.

 대회 3, 4라운드는 J골프에서 오전 6시부터 생중계한다.

란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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