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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세상보기] 지구 밖 '문명' 궁금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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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주의 나이가 1백50억년 정도 되고 태양과 지구는 50억년과 45억년쯤 되며,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35억년 전에 시작됐다고 한다. 최초 생명의 탄생 이후 생명체는 유전을 통해 자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진화를 통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켰다.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유전과 진화라는 두 과정을 통해 생명체는 생명 현상을 지속하면서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의 지구 환경은 원시지구와 완전히 달라져 있고 지구 위에는 적어도 1백50만가지 이상의 생명종이 살고 있다.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초기 생명인 박테리아나 남조류가 35억년 전에 나타난 후, 다음 단계의 원생동물이 나타나기까지는 20억년 이상의 장구한 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최초의 육상식물이 나타나고 최초의 척추동물인 어류가 출현하고 무척추동물이 육지로 처음 진출한 것 등은 불과 4억년 전에 일어난 일들이다.

양서류와 파충류, 포유류와 조류, 꽃식물 등의 다양한 생명종이 번성하는 데 필요했던 기간은 훨씬 짧다. 중추신경계가 나타나고 인간 같은 지적(知的) 생물이 출현하는 데에는 더 짧은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주 어딘가에서 생명 현상이 진행되기만 한다면 그 곳에 지적 생물이 존재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그들이 통신 능력을 가졌다면 우리와 교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태양계를 포함하는 '우리은하'에는 다른 은하와 마찬가지로 3천억개 정도의 항성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항성은 수십억년의 수명을 지니고 행성계를 거느리고 있으므로, 지구에서와 같이 진화가 진행돼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시간.공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그러면 우리와 통신이 가능한 지적 문명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칼 세이건은 코넬 대학의 드레이크가 처음 고안한 식을 통해 이를 계산한다.

그는 어떤 항성이 행성계를 가질 확률(3분의1)과 행성계 안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생태학적 환경을 지닌 행성의 수(2), 그 행성에서 최초 생명이 탄생할 확률(3분의1), 지적 생물로의 진화가 일어나고 그 지적 생물이 통신 능력을 보유할 확률(1백분의1), 역사 전체에 대해 그 문명이 존재하는 기간의 비율(1억분의1) 등을 추정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수치에 항성의 수를 곱해 현재 우리은하 안에 존재하는 통신 가능한 지적 문명의 수를 계산했다. 계산 결과는 10이었다.

언젠가 우리는 은하 저편의 문명과 통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우리 삶의 지평을 전 은하적으로 확대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연을 훼손하고 학대한다면 그 이전에 우리는 이 우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4억년 전에 물에서 육지로 올라오며 우리의 먼 조상이 삶의 영역을 확대했듯이, 언젠가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우리 삶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적 환경을 벗어나 그 행성의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최소한 수백만년의 진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이를 견딜 만한 인내심이 없다.

그래서 38억년의 생명사 속에서 형성된 모든 생명체와 한 줌의 흙, 한 모금의 물, 한 숨의 공기는 전 우주보다 소중하다. '오직 하나뿐인 지구'다.

양형진 <고려대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