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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조사관 927명 투입 … 사상 최대 세무조사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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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했으면서도 탈세를 일삼은 대재산가나,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도 세금을 탈루한 대부업자가 주요 대상이다. (중앙일보 3월 25일자 1면)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4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인력 재배치와 조직 재정비가 완료됨에 따라 세무조사에 들어간다”며 “이날부터 국내외에서 탈세를 한 대재산가 107명과 사채업자 117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세무조사에 국세청은 전체 조사인력(4500명)의 21%가량인 927명을 동시에 투입한다. 이렇게 많은 조사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되기는 국세청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대규모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조사 대상자가 100명 남짓이었다.

 이번에 조사를 받는 대재산가는 위장계열사를 설립해 부당 내부거래를 하거나, 신종사채 등을 통해 편법 상속·증여한 행위를 중점 검증받는다. 기업인 중에는 100대 기업의 사주와 그 일가도 포함돼 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변칙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혐의가 있는 대재산가는 51명, 조세피난처에 위장회사를 설립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역외탈세 혐의자는 48명, 포털사이트의 인기 인터넷카페와 해외구매대행업체 운영자는 8명이다. 사채업자는 연 365%가 넘는 이자를 받으면서도 관련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 국장은 “대재산가의 탈세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한 계획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재산가에 대해서는 항상 재산 변동 내역을 중점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초 세무조사 계획보다 (새 정부 들어) 세무조사 대상이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2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세무조사 인력을 400여 명 늘리고 조사팀을 70여 개 보강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탈세 혐의가 크다고 판단되는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 역외탈세 등 4개 분야를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국세청 조사2국은 개인분야, 조사4국은 법인분야의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한다.

임 국장은 “우선 현금거래 탈세가 많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며 “특히 전문직과 의료업종, 유흥업소 등 현금거래가 많은 업종과 주택임대업자 같은 불로소득자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불공정행위, 위장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 분산을 깊이 들여다볼 계획이다.

 기업 세무조사 방향도 확 바뀐다. 연 매출액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은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2011년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46만 개 중 43만 개(93%)가 매출액 100억원 이하다. 반면 연 매출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세무조사 비율을 지난해보다 4%포인트 높여 세무조사가 강화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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