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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정밀조사 들어간 18개 직업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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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치과의사 김모(40)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올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의 검증이 유례없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고 때문이다. 김씨는 “진료를 하다 보면 현금 거래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임플란트같이 진료비가 수천만원까지 나오는 항목 가운데 현금으로 받은 건 몇 건인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24일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전문직 18개를 선정해 이들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밀조사는 세무조사 바로 전 단계에 해당한다. 18개 전문직엔 기존의 주요 관찰 대상이었던 의사·변호사·법무사·예식장업자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자·건축사·심판변론인·세무사·감정평가사·측량사·공인노무사 등이 망라된다.

 국세청은 이달 초부터 15일까지 이들 18개 전문직을 이용한 고객으로부터 현금 거래를 했는데도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사례를 제보받아 정밀조사하고 있다. 특히 세무서에서 직접 받은 제보뿐 아니라 온라인 회원을 통해 받은 제보도 조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세청의 온라인 회원은 1700만 명에 달한다.

 국세청이 이렇게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동시에 정밀조사에 나서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은 부동산 경기 과열 때의 기획부동산처럼 사회문제를 일으킨 경우나 세금 탈루 가능성이 현저히 큰 업종을 골라 정밀조사를 벌이는 소수 선별 방식이었다. 이번에 선정된 18개 전문직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다른 업종에 비해 현금 거래가 많은 직업군이다.

 국세청은 이들 전문직의 세금 신고 내역과 납세자의 제보 등을 비교한 뒤 세금 탈루가 의심될 경우 세무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국세청은 납세자 제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탈세 제보에 대한 최고 포상금이 올해부터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또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대비해 세무조사 인력을 지난해보다 10%(400명) 많은 4500명으로 늘렸다. 체납징수(숨긴재산무한추적팀) 인력도 100명 더 확충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매년 6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어 새 정부가 대선 당시 잡은 공약재원 135조원의 상당액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원망을 더욱 촘촘히 하기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 대상도 확대한다.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는 25일 열리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고액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을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업종으로 추가하고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기준액을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광범위한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납세자가 공개적으로 조세저항을 하면 ‘내가 탈세자’라고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에 초기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불만이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투명한 징세행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 국세청이 정밀조사 들어간 18개 전문직

변호사·법무사·의사·한의사·수의사·예식장업자·부동산중개업자·변리사·심판변론인·공인회계사·세무사·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감정평가사·공인노무사·기술사·건축사·측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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