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시간대 며칠 살핀 뒤 천막 기습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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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는 4일 새벽 전격적으로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농성 천막을 철거했다. 철거한 천막 자리에는 곧바로 흙 40t을 부어 화단을 조성하고 회양목 1500주를 심었다. 비올라 1000분을 꽂은 대형 화분도 함께 설치했다. 이곳에 농성 시설이 다시 들어서지 못하게 막기 위한 조치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농성 천막이 1년여 만에 철거됐다.

 중구청은 4일 오전 5시50분쯤 구청 공무원 50여 명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철거 작업을 했다. 당시 농성장엔 이현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선전부장 등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철거 작업엔 딱 10분이 걸렸다. 천막 옆에 있던 3m 높이의 철제 구조물도 오전 7시 완전히 철거했다. 지난해 4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측은 이곳에 천막 2개 동을 설치한 후 자살한 해고자의 분향소를 마련하고 복직을 요구해왔다. 11월에는 제주해군기지 반대와 용산참사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활동가 등이 합류해 천막이 3개 동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달 화재로 덕수궁 일부가 훼손됐을 때 인근 천막 2개 동도 전소돼 최근엔 1개 동만 남은 상태였다. 중구청은 철거 직후 이 자리에 흙 40t을 부어 화단을 조성하고 대형 화분도 설치했다.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누구든 이를 옮기거나 훼손하면 처벌받는다.

 이날 철거 작업은 최창식(사진) 중구청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최 구청장은 이명박·오세훈 두 전 서울시장 재임에 걸쳐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지내고 2011년 중구청장에 당선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강제 철거한 배경은.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이곳에서 화재까지 발생하지 않았나. 문화재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왜 기습적으로 단행했나.

 “시민은 물론 농성하는 노조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 며칠간 농성장 주변을 살펴보니 (철거 작업을 한) 그 시간대에 머무는 사람이 가장 적었다. 시민 통행도 거의 없었다. 예상대로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나서 다행이다.”

 (※이날 철거 작업은 정말 기습적이었다. 심지어 대다수 구청 관계자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 이인걸 중구 관광공보과장은 “나도 철거 후에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

 -구청 식구한테도 말 안 할 만큼 은밀하게 준비했다.

 “미리 고지하면 저쪽(농성장)에서 (철거당하지 않기 위한) 대비를 하니 도저히 안 된다. 어젯밤 부구청장 등 극히 일부 관계자와 논의해 결정했다.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직원 외에는 누구에게도 언질을 주지 않았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측은 사전 고지 없는 기습적 철거는 불법이라 는데.

 “그렇다면 도로 위의 불법 시설을 방치하는 게 합법이냐. 불법 노점상을 철거할 때도 계고장을 미리 보내지 않는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글=유성운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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