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살률 뉴욕 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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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8월 총 4000여 명이 사는 서울시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 90대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곳에선 나흘 전에도 90대 노인이 13층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등 100일 동안 6명이 자살했다.

 자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8년째 이어가고 있다. 국가 차원뿐 아니라 서울시의 자살률도 심각하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2009년 기준)는 26.1명으로 뉴욕·런던 등 주요 도시에 비해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 가까이 높다. 뉴욕이 5.5명으로 가장 낮다. OECD 자살률 2위 국가인 일본 도쿄는 23명으로, 이 역시 서울보다 평균 3명이 적다.

 높은 자살률도 걱정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자살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자살자 수는 2000년 907명에서 2011년 2722명으로 10여 년 사이에 세 배가 늘었다. 이 수치는 3시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의미한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20시간당 1명)보다 훨씬 많다.

 이번 서울시 분석 결과 자치구별 자살률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구는 강북구로, 인구 10만 명당 평균 37.7명이었다. 가장 낮은 서초구(19.2명)보다 20명 가까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경제 수준의 차이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자살 예방 프로젝트 ‘마음이음 1080’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자살률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고 올해 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를 연계한 정신건강지킴이 10만 명을 꾸려 고위험군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자살 위험이 높은 혼자 사는 노인을 집중 관리한다. 또 자살위험군이 많은 영구임대아파트 등엔 6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자살 재발 방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12개 응급의료기관과 협력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에게 전문가 상담을 받도록 연계한다. 시는 구별로 약 1억원의 예산을 지급해 예방 프로그램 운영을 돕는다.

 자살자 유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배우 최진실씨의 경우에서 보듯 가족 구성원의 자살을 경험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할 확률이 6~7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미 25개 자치구에서 자살유족 모임 ‘자작나무’(자살유족의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를 열고 있지만 이를 보다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도 촉구하기로 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에 오른 자살 관련 글을 신고하는 시민옴브즈맨 제도를 운영한다. 또 음주는 자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음주율을 낮추기 위한 캠페인도 벌인다.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에 의하면 자살 시도 전 술을 마시는 사람이 40%에 달한다.

 이송자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정신보건팀장은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보다 지역 밀접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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