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뚱뚱한 아이일수록 운동 못하는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기초 체력 수준 매우 낮음, 근력 낮음, 유연성 낮음…운동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지도하는 대로 다 따라오기는 하지만 조금만 운동해도 힘들다고 하거나 그만 하려고 두려고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소아비만 아동들의 평균적인 운동치료 리포트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뚱뚱한 아이들은 힘이 세거나 체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료현장에서 본 소아비만 아동들은 건강은 물론이고 체력 또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매우 낮다. 소아비만 아동들이 힘이 센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중이 많이 나감으로써 생기는 순간적인 근력의 증가를 말할 뿐이지 기초체력, 근력, 유연성, 심폐지구력 모든 항목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보여준다.

왜 소아비만은 아이들의 기초체력을 떨어뜨릴까?

첫째,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내몸관성의 법칙때문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도 생성되지 않고 심장과 폐도 허약해진다. 대부분의 소아비만 아동들은 움직이기를 싫어한다. 몸이 무거우니 움직이기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계속 머물러만 있고 싶어한다는 마이너스 방향으로의 내몸관성의 법칙에 젖게 된다.

둘째, core organ, 즉 중심장기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방세포의 부담 때문이다.
나는 흔히 비만을 승용차의 엔진에 화물차의 몸체를 얹어놓은 형국이라고 말한다. 뇌나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들이 지방세포를 먹여 살리는데 동원 되다보니 몸은 항상 피곤하고 숨이 찬다. 자기의 용적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짐을 실은 차량은 결국 타이어가 펑크가 나거나 전복되기 십상이다. 심장, 콩팥, 폐, 위 등 생명유지기관들은 자기의 적정체중을 뛰어넘는 과다 체중을 유지하느라 비대해지고 결국은 조기 노화한다.

셋째는 관절운동을 방해하는 지방세포의 압박 때문이다.
소아비만 아동들을 치료 하다보면 운동 종목 중 가장 좋아지는 부분이 윗몸 일으키기와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기이다. 복부지방의 저항으로 하나도 윗몸 일으키기가 힘들던 것이 살이 빠지면서 어느새 쉽게 윗몸 일으키기를 하게 된다. 아이도 이런 사실에 놀라는 동시에 대견함을 느낀다. 몸 속의 관절과 근육을 덮고 있는 지방은 아이의 운동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운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는 체력저하를 일으키는 체내 혈당과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이다.
소아비만 아동은 혈당롤링현상으로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고 가므로 이에 따른 인슐린 대사에서의 에너지소모가 많으며 저혈당시의 무기력한 기분이 운동을 싫어하게 만든다. 비타민D의 결핍은 세로토닌의 저하를 만들어 아동의 기분을 저조하게 하여 운동할 기분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의 저하이다.
소아비만 아동들은 전반적인 몸에 대한 자존감까지 떨어져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된다. 자신감의 저하는 운동기회의 상실로 오고 운동기회의 결핍은 몸지능의 저하로 나타난다.

소아비만 아동들의 낮은 기초체력은 몸과 마음의 기본적인 능력결핍에서 오며 대단히 심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매우 자기주도적이어야 한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아래 이루어지는 획일적이고 힘든 피트니스는 아이의 마지막 남은 운동열정마저도 앗아갈 것이다. 전략적인 접근으로 식단을 조절하여 몸을 가볍게 만드는 작업을 선행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하여 마음 편한 부모나 형제와 같이 먼저 흥미를 붙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내몸관성의 법칙이 되살아나면 아이들은 인스턴트와 게임으로부터 벗어나 적절한 땀흘림과 기분 좋은 숨참의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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