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쏟아지는 이머징 채권 … 인도·터키가 투자 매력 1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남아공 통화 표시 채권은 연 6.63%, 러시아는 6.05%, 터키는 5.65% 금리를 줍니다. 은행보다 금리가 훨씬 높고 해당 화폐가 평가절상될 경우 환차익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매장. 은행 금리는 너무 낮고 주식형 펀드는 불안하다는 주부에게 증권사 직원은 이머징 채권 투자를 권했다. 이 직원은 그래프를 보여주며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가 최근 2∼3년 사이 크게 평가절하됐다며 지금이 기회라고 설명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브라질 국채에 이어 증권사들이 터키·남아공·러시아·멕시코 등 해외 이머징 채권들을 속속 들여오고 있다. 브라질 국채와 비교할 때 비과세혜택도 없고 표면금리도 다소 낮지만 토빈세(투자액의 6%)가 없고 해당 화폐의 평가절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세일즈 포인트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 시대를 맞은 일본은 전체 펀드의 48%가 해외채권일 만큼 이머징 채권 투자가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금리만 보고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해외 투자는 국내에 비해 이런저런 제약이 많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미래를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 환율 변동성과 투자 위험도에 따라 국가별 투자 매력도도 제각각이다.

 신한금융투자가 1일 이런 변수들을 감안해 위험도 중간 이하인 29개국 국채의 기대수익률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와 터키 국채의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익률이란 현지 통화표시 채권의 수익률에다 향후 3년간 환율 전망을 반영하고, 세금까지 감안해 나온 수치다. 이에 따르면 브라질의 경우 국채수익률이나 비과세 혜택 측면에서 월등했지만 헤알화가 앞으로 소폭 추가 절하될 것으로 전망돼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반면 인도·터키는 통화절상 가능성이 높아 기대수익률이 높아졌다.

 신한금융 정경희 연구원은 “국가별 위험도 5∼6 정도의 중위험국가에서는 인도-터키-남아공-브라질-멕시코 국채 순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며 “비슷한 위험군인 러시아는 기대수익률이 이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위험도를 약간 낮춘 3∼4 정도의 위험군에서는 말레이시아·중국 국채가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견고한 내수성장에 힘입어 5%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통화가 많이 저평가돼 있어 통화절상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과거 3년간의 환율변동폭을 조사해 주요 이머징 채권의 매력도를 계산했다. 이런 방법으로 환위험 대비 투자성과(샤푸지수)를 계산해 본 결과 아시아 통화 표시 채권이 중남미나 동유럽 통화 표시 채권에 비해 낮은 환 변동성 때문에 매력도가 큰 것으로 나왔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임병효 연구원은 “이머징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하에서도 안정적인 성장과 경상수지 흑자를 실현 중”이라며 “위안화 절상 추세를 감안하면 딤섬본드(홍콩 채권시장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머징 채권에 투자할 경우 환율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해당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질 때는 대개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이 듀레이션(가중평균잔존만기)이 긴 채권은 평가이익으로 환손실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다는 것. 신한금융 정경희 연구원은 “거시 변수 중 가장 예측이 어려운 게 환율”이라며 “이머징 국채 투자 시 환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고 투자 기간도 길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