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설의 선구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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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역이란 말은 쓰지만 이제 월남은 우리에게 「먼 나라」가 아니다. 이국풍정으로만 느껴오던 야자수며 뙤약볕의 「정글」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피와 땀으로 자유를 지키는 싸움터가 되었고 조그마한 마을, 뻗어간 신작로, 새로 다듬어지는 월남의 건설의 고동 속엔 우리겨레들의 억센 호흡이 스며들어 있다. 그뿐인가? 한국에도 월남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어느 거리, 어느 마을, 공장. 가정, 심지어「택시」안에서도 「월남의 바람」을 맛본다. 우리네 주변에 불어온 「월남의 바람」은 월 남 땅에 심은 한국의 「메아리」-. 들뜬 마음에서가 아니라 잔잔하게 가라앉은 손짓으로 이 땅에 불어온 「월남의 바람」 자국을 하나하나 찾아내 보자.
『건설업의 해외진출은 오랜 소망이었죠.』 월남 땅 「락지에」라는 해안에서 자그마치 6억7천5백만원-즉 2백50만 「달러」의 축항 공사를 벌이고있는 대림산업임의 이정익(48) 전무의 첫마디.
국내건설업이 몇 년째 활기를 띠고있지만 몇 억짜리 공사는 그다지 흔치는 않다
그 때문일까? 월남의 전략공사의 「붐」을 탄 국내 건설업들의 진출은 요즈음처럼 활기를 띤 일이 없고 이젠 이 전무의 말을 빌면 『동남아 지역의 강자』로 등장했다는 것-.
『이쯤 되면 우린 이미 「노가다」는 아닙니다.』
진출한지 1년이 지난 오늘 축항항타 사업은 소형선 6척과「파일」 말뚝박는 기재) 및 57명의 기술자들이 하루 3천2백「달러」 즉 86만4천원을 번다는 것-. 하루벌이 치곤 괜찮다는 말 같다. 하지만 공사단가가 국내공사의 1.5배정도 된다지만 노임·파월겅비 등이 국내보다 월등히 많이 들기 때문에 회사는 큰 재미를 못보고 있다는 설명.
어쨌든 대림산업의 경우 작년의 국내 공사량은 약16억원이었고 월남에서의 계약고는 그 반인 8억원 정도였다.
큰 재미는 없지만 『「달러」를 버는 사명』에 보람을 느낀다는 것-.
신문의 월남관계 「뉴스」면에 낯익은 이름인 「다낭」 「퀴논」 「나트랑」등지에 각종 . 항만 준설 등 여러 공사로 우리 건설업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에 올린 계약고는 1천5백43만 「달러」-.
이런 공사의 가득 율은 평균 70%, 상품수출의 가득 율 보다 높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해에도 건설업계는 보랏빛(?) 월남 꿈을 누릴 수 있을 듯-.
지난 2월에 1천5백만「달러」 (40억5천만원) 규모의 「캄란」 소도시건설 공사를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다른 나라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시켰고 줄잡아 작년의 배가 넘는 근4천만 「달러」 의 공사계약을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월남진출에 또 하나의 큰 부문은 용역이다. 월남 각 항구는 쏟아져 들어오는「전략물자」로 붐 빈다.
『첫 수입 1백20만「달러」로 장비를 마련했다』는 한진상사. 작년 3월에 맨주먹으로 1백50명의 노무자를 이끌고 「퀴논」에 닿은 지 꼭 1년. 이젠 1천2백명의 노무자, 「트럭」2백60대, 「크레인」 60대, 지게차 40대, 부선,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3백50만 「달러」상당의 각종장비를 갖추게됐고 현재 9백43만 「달러」 25억3천만원)의 하역 업을 맡고 있다. 한진의 전윤진 전무(51)는 이 하역업의 비결이, 자기들 경영진의 경영수완보다 『부지런한 우리 한국노무자』의 작업능률에 있다고 했다.
때문에 이들에게 「안전」과 「충분한 대우」를 해주기 위해 월급을 평균 3백60「달러」씩 주고있고 적어도 2백 「달러」는 가족에게 송금하니까 웬만한 회사의 중역 급 월급이라는 것-.
이렇듯 월남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자부와 희망에 차있고 또 몹시 바쁘다 윗사람들은 업무연락으로 보통사람들이 「버스」타듯 비행기로 현지에 드나들어 좀처럼 서울엔 없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의 진출과 기업의 성공이 오늘도 이국 땅 폭염 밑 「정굴」속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파월 장병들의 피의 댓가』라는 것을 잊지는 않고 있다. <장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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