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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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아탑은 원래 더위를 피하여 은신 하는 장소 이었다. 따라서 상아탑은 도피를 의미 한다.상아탑은 세속과 격리된 장소이다. 상아탑은 한유 하다. 거기에서 종교적 희열을 느낄때 상아탑은 곧 성당이 되는 것이다. 「솔로몬」의 아가에는 상아탑이 미의 극치를 상징하는 구절 들이 있다. 근세에 있어서는 학문에 정진하는 곳이 상아탑이다. 「옥스퍼드」,=「소르몬느」,「하이델베르히」.그러나 골방도, 지붕 밑「애틱」도 상아탑이 될 수 있는 것이다.「스피느자」는 그런방에서 일생 진리를 탐구 하였다. 안으로 굳게 잠긴 문, 끓는 차주전자, 정든 「파이프」, 그리고 책들, 이런 것들만, 있으면 상아탑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만권의 장서에 둘러싸여있는 서재라도 거기에서 상거래가 행해진다면 그것은 암시장에 지나지 아니 할 것이다.
상아탑의 주인은 담밖에 있는 속세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추구하며 미를 창조한다. 그러다가 남모르게 스러지기도 한다. 설사 그가 현실과 격리되어 문화발전에 직접 공헌이 없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존재는 존재 그것만으로도 존귀한 것이다. 그는 고행하는 수도승이다. 그는 명리를 위하여 함부로 몸을 던지지 아니한다. 사회참여를 할때에는 자기희생을 각오한다. 그는 귀족적이다. 부와 권력에 있어서 귀족이 아니라 품위와 지성에 있어서 귀족이다. 그는 허위와 아첨을 무엇보다도 싫어하고 가난과 고독을 무서워하지 아니한다. 그는 인내성이 있고 「레지스탕스 경신이 강하다. 그는 자유를 끝까지 수호하며 오만한 권력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지 아니한다. 그는 나라의 소금이요 빛이다.
나는 난잡한 미국영화를 보고 한때 매우 걱정하였다. 그러나 그후 「하버드」대학에 산재하여있는 수많은 연구실, 실험실에 밤새껏 불이 켜있는 것을 보고 나의 걱정이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밤중 높고 외로운 탑 속에 내 남포 불이 켜있게 하라』
상아탑은 지성의 아성이다. 그곳에 불이 켜져 있는 한 인류의 장래는 희망적이다. <피천득 서울대 사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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