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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혜택? 내 집 닭 잡아먹는 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메디프리뷰 권양 대표

가수 송창식 씨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의 가사는 이렇다.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짧은 머리 곱게 빚은 것이 정말로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기웃 (중략)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담배 하나 사러가서
가지고 간 장미 한 송이를 살짝 건네어 주고(중략)
아 그 아가씨 웃었어

스티브잡스가 처음 담배를 배울 때, 스티브잡스 동네의 담배 가게에 아가씨도
예뻣을까? 왠지 그랬을 거 같다. 스티브잡스는 지독한 애연가 였으니까.

몰핀(마약)을 마음껏 즐기려면, 담배를 비워라?

스티브잡스는 56세에 숨을 거두었다.
요절이라고도 호상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애매한 나이다.

원인은 췌장암 (우리나라 10대암 중 생존율(약 7.6%)이 가장 낮은 무서운 암이다)이다.
대부분의 췌장암은 발견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사망한다.
그 과정에서 골수(뼈)로 전이가 되는데, 그 통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의학교과서에는 뼈전이에 의한 통증에는 “ 몰핀 (마약)” 을 아끼지 말아라.”“ 모르핀 (마약) 을 들이 부어라.” 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췌장암 이외에도 골수(뼈) 전이가 흔한 것이 폐암이다.
암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담배로 인한 암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 같다.

고 이주일 아저씨 처럼, 스티브 잡스도 마지막에 흡연에 대해 깊이 후회했을 것이다.
그리고, 금연을 추천했을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국적이 대한민국이었다면?

스티브 잡스의 국적이 한국이고, 췌장암 진단 및 치료를 한국에서 받았다면
얼마의 비용이 들어갔을까?
2004년 암진단받고 7년을 생존하고 2011 년 삶을 마감했다.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암환자가 암진단받고 1차 치료를 마치는데 드는
비용은 8천만원에서 1억 정도다.

2년간 1억을 썼다고 가정하고 5년간 투병을 했으니 최소 2억원 가량은 들었을 것이다. 스티브잡스에게 그리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친절한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는 치료비80% 정도 가량을 보험공단에서 지불했을 것이다. 1억 6천만원을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지불한 것이다

통상 암환자는 스티브잡스 처럼 오래 살진 못한다. .
2-3년 투병한다고 가정하면 1억 정도를 사용했을 것이고,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는
치료비로 8천만원 정도를 지불하게 된다.

흡연은 이제 개인 및 그 주변의 간접흡연자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이라는 한 배에 탄 우리 모두의 일이 되었다.

흡연, 흡연자 혼자만 망하고 끝나는 일일까?

최근 흡연율 저하를 위한 담뱃값인상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단순히 흡연의 문제를 개인의 취향이나, 흡연 규칙만 잘 지킨다면
개인의 권리로 인정해 주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솔직히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내 월급에서 떼어져 나가는 피 같은 내 돈,
국민건강보험료가 너무 크다.
흡연의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길건너 담뱃불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료의 증가는 사회문제를 넘어 심각한 경제 문제로 넘어간다.
먼저, 월급에서의 국민건강보험료 증가는 개인의 구매력 저하로 연결된다.
사업주는 종업원의 국민건강보험료를 함께 부담한다. 이 부분은 기업의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기업의 실적악화는 실업률 상승으로 연결된다.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 노인층에서도 국민건강보험료 증가는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일정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부동산을 통한 수입유무와
무관하게 무조건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부동산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
'건강보험료 때문에 직장인은 지갑이 얇아진다.
사업주는 수익성이 악화된다.
실업률이 증가되고 일자리는 없어진다.
수입이 없어도 집을 가진 죄로 노인들은 건강보험료 납부를 위해 고통받는다.'

얼마전 신문에서 발췌한 기사의 일부이다.

정부가 오는 10월 4대 중증질환 초음파 급여화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필수 의료서비스 건강보험적용을 완료키로 했다. 세부 추진 계획은 6월말 확정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제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3대 비급여 제도개선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초음파 진료 부담이 줄어 들었다고 기뻐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도대체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에 대해 한숨 쉬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건강보험 혜택, 내 집 닭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받는 건강보혐의 혜택은 엄밀히 혜택이 아니다.
내 아들, 내 남편, 나의 고혈이 들어간 것이다.
내가 먹고 있는 닭이 결코 남의 집 닭이 아니다.
언뜻 뉘집 닭인지 모르고 신나게 먹고 있지만, 실상은 내 집 뒤뜰에서 놀고 있는
닭을 잡아 먹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늘리겠다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있다면 그들을 지지할 때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집에 일하는 사람보다 무직자가 많고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아 적용받을 사람이 많다면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적용받을 환자가 있다하여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 하시는 분이 많다면, 결국은
윗돌 뽑아 아랫돌 막기가 될 것 이다. 하물며, 막연한 사회적 신념이나,동정에 의한 것이라면 개인이 입는 피해는 막대한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의 확대는 결국 내 집 뜰안에 노니는 닭을 잡아 먹는 일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의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금고안에 있는, 우리들이
납부한 소중한 돈 만원짜리로 담배를 말아 불을 붙이고 태우고 있는 것이다.

'금연을 위한 담뱃값인상'
개인의 취향의 문제요, 개인의 권리로 보기에는 우리의 사회와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너무 야박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그분들이 본인의 취향을 존중받고,
흡연권을 보장받고 싶으시다면, [건강보험혜택 포기 각서] 라도 제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개인의 흡연이 국가 경제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13년 지금 , 가수 송창식 씨의 [담배가게 아가씨] 가 발표된다면,
예전처럼 낭만적으로만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가수 송창식 씨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짧은 머리 곱게 빚은 것이 정말로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기웃 (중략)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담배 하나 사러가서
가지고 간 장미 한 송이를 살짝 건네어 주고(중략)
아 그 아가씨 웃었어

[국민건강보험] 이 없던 시절에나 만들 수 있는 낭만적인 노래다.
내가 아파서 병원가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타인의 병원 이용을 연민의 눈으로만 바라보기 힘든 시대다.
개인의 취향, 개인의 권리가 존중받기에는 너무 각박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갑자기 씁쓸한 생각과 함께 담배가 생각난다.
담배는 정말 [애물단지] 다.

▶ 권양대표는

회원 수 180 00명의 남자의사, 남자 의대생 커뮤니티스카이닥터의 시샵.
2001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고 운영해 왔다.
의과대학생. 젊은 남자의사들 사이에선 매우 익숙한 사람이다.
학습.진로.연애.미래에 대한 멘토로 더욱 유명하다.
현재 서울나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이메일 movwo@naver.com
트위터 @mov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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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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