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관한 여·야 회담|한·독경제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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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여·야 대표자회담은 선거일자와 공명선거 공동추진위의 구성문제를 협의했었지만 의견의 접근을 못보고 재회합을 약속하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명선거의 구현은 국민주권의 올바른 행사를 통해서 정권의 수임자를 결정토록 하자는 국민의 절실한 염원이다. 이러한 염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외면할 수가 없다. 때문에 공명선거를 추진하기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자는 안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하면 공명선거를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방법론에 관해서는 여·야간에 현저한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즉 여당 측은 공명선거는 주로 국민계몽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반관제적 성격을 띠는 협의회를 만들어 이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두어 국고로서 소요경비의 지출을 뒷받침해 주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공명선거의 구현은 결코 국민계몽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선거 사무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는데 있다고 하여 선거 관계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두 개의 주장은 한국정치 풍토의 특이성과 여·야가 제각기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인 입지조건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인데 국민적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명선거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다. 공명선거란 무엇보다도 법이 올바르게 준수되고 국민의 정치적 각성이 높아져서 선거운동과정에서나 투표·개표과정에서 부정과 협잡이 전혀 개입될 수 없을 경우에만 가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공명선거의 추진체란 어디가지나 정치의식이 높은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인 민간운동의 형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추진체는 국민계몽은 물론 선거관리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여·야를 불구하고 법규를 어기거나 정치도의상의 기본적 요구를 차버릴 수 없도록 강한 압력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와 반대로 반 관제적 성격의 추진체를 만들어 허울좋은 공명선거의 구호만 외치고 나선다고 하면 극단의 경우에는 그 자체가 부정선거의 도구로 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각별히 지적해 두고 싶다.
지금 말썽이 되고 있는 선거일자의 결정문제도 그 기준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불편을 덜고 공명선거의 기본요구에 부합 되도록 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지 그외에 어떤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법적 기일의 테두리 안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일자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자유재량에 달려 있다.
그리고 역대정권은 모두 이 자유재량권을 행사하여 정부·여당에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일을 선거날짜로 택했었다.
유독 이번 총선의 경우, 정부가 선거날짜의 선정을 여·야 협의에 맡기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선거일자를 단독으로 결정하면 정부·여당이 어떤 정략적 동기에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인 줄로 안다. 그러나 지금 여·야는 선거일자에 관해서 근본적인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실정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동시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그렇게 되는 경우에라야만 국회의원낙선자의 반발을 최저한으로 억누르고 대통령선거전에 있어서 1대1의 결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여당이 중복 내지 분리선거를 주장하는 까닭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야당의 결속을 해치고 자당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제각기 당리당략의 입장에서 의견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하면 선거일자를 여·야 협의에 맡긴다는 것부터가 무의미하다. 양자의 의견이 대립되면 결국 정부는 여당의 의견을 따르기 마련인데 그럴 바에야 정부가 애초부터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이를 기초로 해서 양당간에 협의를 시키는 것이 오히려 떳떳할 것이다. 선거일자의 선정문제마저 여·야당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이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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