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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겪는 미 CIA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CIA가 미국 각 단체에 침투했다는 사실은 어떠한 외국음모를 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광범하게 미국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뉴요크·타임즈」가 그 사설(2월20일자)에서 흥분할 정도로 CIA자금의 NSA(전미학생연합)유입설은 이제 미국의 조야를 발칵 뒤집어 놓고 말았다. 사실 지난주, 미국의 「램파츠」지가 그 3월호 특집에서 NSA가 52년이래 CIA로부터 3백만「달러」를 얻어 썼다고 이 사건을 처음 폭로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긴 했어도 한쪽에선 학생단체를 내세워 국제학생운동에 침투하려는 소련을 상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이해론자까지도 있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존슨」대통령은 즉각 사실여부를 규명키 위해 「카첸바크」국무차관을 조사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구성했는데 그는 지난 23일 이 조사단의 진상조사결과의 중간보고를 받고 공보비서를 시켜 『CIA가 학생단체의 해외활동을 비밀리에 재정 지원한 것은 국가안보회의의 정책에 따라 52년 이후 정부고위층의 승인을 얻어 행해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CIA의 학생단체 관련설이 퍼지자 CIA가 이밖에도 노조단체, 학술연구단체, 경제단체, 법률가단체, 망명학생단체, 심지어는 종교단체에까지 침투했다는 얘기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뉴요크·포스트」지는 AFL-CIO산하의 미국신문노조도 61년이래 1백만「달러」를 국제활동이란 명목으로 CIA로부터 받아썼다고 폭로하는가 하면 「워싱턴·포스트」지는 『국제법률가협회 미국위원회에 66만5천「달러」가, 「파리」에 있는 세계문화자유위원회에도 85만7백「달러」의 CIA자금이 흘러들어 갔다』고 폭로했다.
그런가 하면 21일자 「워싱턴·스타」지는 서울에도 그 지부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재단도 지난63년∼64년에 최소한 3만5천「달러」의 CIA자금을 받아썼다고 보도하고 있다.
CIA자금의 국제기구 침투설이 유포되자 각 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의 전국학생동맹은 전미학생연합회와의 절연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캐나다」에선 자국의 학생단체에도 미 CIA의 자금이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고 「피어슨」수상이 대미 항의를 검토중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한편 서독에선 일부인사들이 미 CIA등의 활동으로 학원이 거칠어졌다고 주장, 이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태가 국제문제로 번지자 「뉴요크·타임즈」지는 사설을 통해 『세계적인 이념경쟁장에서 모든 개인과 단체가 성실하게 받아들여온 미국에 대한 친근감이 침해되었고 미국민간재단의 독립성이 의문 받게 되었다』면서 정부를 비난했다.
62년 미국의 「쿠바」침공실패이래 CIA가 당한 최대의 시련인 이번 사건은 미 국무성 일각에서 일어나고 『CIA파동으로 해외의 미국민간단체가 CIA로 의심받아 활동에 곤란을 받게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까지 곁들여 점점 더 파문은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미국 의회 안에서도 찬·반 양론이 갈라져 『나쁠 것 없다』『미국의 영상을 그르치는 처사다』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로 해서 새삼 야기된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상은 「존슨」대통령과 미국의회지도자들의 양식에 달려있는 것이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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