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에선] 캠퍼스 재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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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석조건물, 민주화 숨결이 깃든 광장, 애환이 어린 다리…. 대학마다 졸업생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건물이나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캠퍼스 명물(名物).명소(名所)들이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각 대학은 캠퍼스 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오래된 건물이나 시설을 헐고 큰 건물을 새로 짓거나 다른 용도로 쓰려는 추세다.

학교 측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당수 교수.학생은 "역사와 전통이 훼손된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세대는 27일 1960년대 지어진 연합신학대학원 건물을 철거했다. 대규모 신학센터를 짓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철거 반대를 외쳐온 교수.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의 공개 사과와 건물 복원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역사와 전통이 담긴 옛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정신적 교육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화여대 정문의 '이화교'는 4개월 전 허물어졌다. 정문 앞을 지나는 경의선 전철화 사업으로 주변을 복개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화교를 건너다 밑으로 지나가는 기차의 마지막 차칸(꼬리)를 밟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도 사라졌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유일한 녹지공간으로 사랑받던 '미네르바 동산'은 흔적을 찾기 힘들어졌다. 2001년 3월 지하 3층.지상 13층 규모의 본관 건물 신축공사가 시작되면서 녹지공간이 먹혀들어간 탓이다.

70, 80년대 서강대 학생운동의 메카 '청년광장'도 97년부터 지하에 주차 시설이, 지상엔 공원이 들어서면서 옛 사진으로만 모습을 가늠할 정도로 훼손됐다.

일부 대학에선 학생들의 반대로 철거가 유보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10월 인문대 앞 연못(자하연)을 가로지르는 다리(일명 오작교)가 미관상 좋지 않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교 명물인데 보존해야 한다'는 거센 학내 반대 여론에 밀려 철거가 보류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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