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름 잡는 구호 대신 실현 가능한 대책을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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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8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경제정책점검회의가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렸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가 넘겨받은 경제 상황은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9월 예산 편성 당시 상정했던 4%는 물론 작년 말 수정 발표한 3%보다도 훨씬 낮은 2.3% 정도로 낮췄다. 2년째 2%대 초반의 저조한 성장이 계속된다는 암울한 예상이다. 분기별로는 7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직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1~2월 취업자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20대 고용률은 1999년 6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성장-소비·투자 부진-저고용-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엄혹한 만큼 새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이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포함한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지원 확대, 부동산 대책 등 가용할 수 있는 경기부양 수단을 총동원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서둘러 성장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새 정부가 설정한 경제 진단과 정책 추진방향은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추경 편성은 재정확대의 필요성은 물론 성장률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의 구체성과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미 한 달을 허송세월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제시한 정책은 내용이 부실한 데다 추진 일정도 느슨하기 짝이 없다. 우선 재정을 얼마나 어디에 더 풀어 성장률과 고용률을 어떻게 높이겠다는 구체적 목표와 수단이 안 보인다. 추진 일정도 2주 뒤에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것을 빼고는 막연히 5월이나 6월께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도다. 올해 세수가 당초 예산보다 6조원 이상(최대 14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증세 없이 조달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막연하게 성장 회복과 공약 이행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세계경제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서둘러 실현 가능하고 짜임새 있는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지 않으면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하루빨리 경제 운용의 중심을 잡지 못하면 이를 지켜보는 각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이제 더 이상 상황파악과 정책구상을 연습할 시간이 없다. 여기서 더 미적거리다간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