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중환자의학과 … 의사 24시간 병실 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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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근 교수(왼쪽에서 둘째)가 28일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서지영 중환자의학과장(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국에선 중환자 전문의가 되려면 얼마나 교육을 받나요?”

 28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내과 중환자실. 의사 가운을 걸친 중년 남성이 서툰 한국말로 동료 의사에게 물었다. 그의 이름은 오거스틴 최. 한국명 최명근(52)이다. 지난달까지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 호흡기내과 및 중환자의학과 교수를 지냈다. 몸 안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감염세포와 염증을 없앤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세계적 석학이다. 이런 공로로 2011년 호암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은 그가 삼성서울병원에 첫 출근한 날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갔다. 각 진료과가 따로 관리했던 중환자실을 도맡는 독립된 과(科)를 만든 것이다. 중환자의학과 소속 의사와 진료과 의사가 협진을 통해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은 하버드·피츠버그대 등 미국 유명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버드대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최 교수를 영입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중환자 연구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로 일한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인 지난달부터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탄생과 치료 시스템 개편에 깊숙이 관여했다. e메일과 화상전화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전달했다.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중환자 전담의가 9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종전엔 세 명에 불과했다. 그 덕에 의사 한 명당 중환자 수가 14.2명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중환자의학회가 권장하는 의사와 환자비(1대 14) 수준이다.

 전담의 9명 중 한 명은 반드시 24시간 중환자실에 상주하도록 시스템도 바꿨다. 최 교수는 “중환자실은 언제 어떻게 상태가 악화될지 모르는 환자들이 있는 곳”이라며 “병실 안에 전담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환자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2년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전담의 유무에 따라 패혈증 환자 사망률이 18%에서 41.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최 교수는 한국 중환자실 운영의 문제점으로 전담의를 맡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중환자 전문의는 충분한 교육을 받고, 많은 경험을 통해 배출돼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중환자 전문의가 되기 위해 내과 전공의를 마치고도 3년을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중환자실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임상연구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중환자의학과장은 “돌발상항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환자가 죽는 경우가 있는 게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이라며 “중환자 치료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도 연간 수천 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장주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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