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자본식당 성공기-넘어진 땅, 그 자리를 딛고 일어서서 마침내 뛰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람은 누구나 실패의 경험이 있다. 성공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실패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성공한 사람은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워 성공에 이른다는 점이다.

대구의 소금구이 식당 '맛찬들 왕소금구이' 이동관 대표도 야심차게 시작했던 세 번의 사업에서 모두 실패하고 수억 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자기혐오와 절망감에 빠지기에 앞서 너무 억울했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는데 왜 실패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세 번의 실패를 차분하게 복기해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오와 잘못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맛찬들 왕소금구이> 창업에 반영했다. <맛찬들 왕소금구이>로 재도전한 이 대표는 임진왜란 당시 달랑 12척의 전함만 가지고 다시 바다로 나가야 했던 이순신의 심정이었다.

세 번 겪은 실패의 우물에서 길어낸 성공의 단물

숙성육 목살과 삼겹살 식당으로 성공, 수많은 창업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대구 <맛찬들왕소금구이> 이동관 대표. 그에게도 뼈아픈 실패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세 번이나.

첫 번째 실패는 지금과 비슷한 개념의 식당을 차렸다가 접은 것이다. 외식분야에서 이론과 조리 실무를 오래 경험하다보니 외식업에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만 믿고 경북대학교 북문 근처에 <대학로 알짜배기>라는 식당을 차렸다. 삼겹살과 낙지 철판볶음, 닭갈비를 취급했다.

음식만 훌륭하면 금방 성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 고객인 학생들의 소비수준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비해 메뉴가 너무 비싼데다가 대학 주상권에서 떨어져있어서 특별한 메리트를 제공하지 않는 한 학생들이 일부러 찾아오기 어려웠던 것이다.

두 번째 실패는 케이터링 사업이었다.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식당보다 수월할 것 같아 대구 수성구에 ‘제일푸드’라는 이름으로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 회사나 기업체를 상대로 하였는데 역시 장사는 잘 되었지만 대금 결제가 어려웠다. 장부상으로는 남는 장사였지만 실질적으로 돈이 돌지 않았다.

세 번째 실패는 건축 자재상이었다. 전문 분야인 외식업도 아니면서 당시 친인척들의 도움으로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은 건축업 열기와 업계에서 관행이 된 건축업자들의 불성실한 대금결제 태도가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그러모은 돈 4800만원,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결국 이 대표는 다시 친정격인 외식업계로 돌아왔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최대한 모아보니 4800만원이었다. 2008년 11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00만원을 주고 지금의 식당 자리를 얻었다.

점포 규모는 115.70㎡(35평형)으로 그다지 좁지 않았지만, 서변동은 대구의 핵심 상권도 아닐뿐더러 고깃집으로서의 입지가 좋은 곳도 아니었다. 가진 돈에 맞추어 점포를 구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좌식 마루를 짜는데 170만원을 쓰고, 테이블 13조를 개당 3만5000원씩에 구입했다. 나머지 돈으로 최소한의 장비와 설비를 구입하고 인테리어를 꾸몄다. 인테리어와 집기류를 구입하는데 모두 1800만원이 들어갔다. 수중에 돈이 말라버려 개업과 동시에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네 번째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맛찬들왕소금구이>개점에 임하는 이 대표의 자세나 각오는 이전의 세 번과는 확연히 달랐다. 비록 규모나 비용은 앞서 세 번의 사업에 비해 제일 초라하고 작았지만 준비는 가장 철저하게 했다.

차별화 위한 역발상으로 성공요소 차근차근 실천

이 대표가 점포를 구입한 것은 개점하기 넉 달 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또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에 철저하고 세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 요소가 무엇일지 하나하나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가면서 새 점포의 콘셉트를 짰다.

앞서 식당경영의 실패 요인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대충 몇 가지로 집약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자만심이었다. 오랫동안 종사해온 자신의 조리사 경력을 스스로 너무 믿었다. 둘째는 손님과의 나이 차이였다. 주인장과 주 고객층의 나이 차이는 고객의 정서나 취향을 파악하는데 장애가 되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가게의 규모에 비해 내실이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또 고기를 너무 믿고 거래처에서 주는 대로 묻거나 따지지 않고 받아서 썼다는 점도 뼈아픈 부분이었다.

새로 창업을 하면서 우선 기존의 삼겹살집과 똑같아서는 잘 되어봐야 겨우 그 집들과 비슷하거나 그만도 못한 식당에 머물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기존 고깃집과는 차별화 하겠다는 점을 창업의 대전제로 삼았다.

차별화 하겠다는 총론은 세웠지만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 각론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그동안 학교나 직장에서 배운 축산관련 지식과 조리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생각과 계획들이 머릿속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가운데 삼겹살의 맛과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몇 가지를 실행해보기로 최종 정리했다.

첫째, 고기 두께를 3.5cm로 두툼하게 하여 육즙을 보존하도록 한다.
둘째, 고기에 항상 붙어 다니는 ‘소금 넣은 참기름’을 뺀다.
셋째, 뻔한 밑반찬을 배제하고 고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재래기(고기 싸먹는 채소 겉절이)를 개발한다.

고심 끝에 두툼한 고기 ‘쉽게 익히는 방법’ 찾아

고기 두께를 두툼하게 해야겠는데 두꺼운 고기가 제대로 구워질리 없었다. 방법은 두 가지. 불에 쉽게 잘 익을 수 있도록 고기를 손질하는 방법과 두꺼운 고기를 쉽게 구을 수 있는 화력조절이 용이한 구이기를 갖추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도 쉬운 것이 없었다. 먼저 불에 잘 익게 하기 위해 고기를 손봐야 했다. 궁리 끝에 고기에 칼집을 냈다. 앞뒤로 1/3 깊이 쯤 칼집을 내어, 구울 때 화기가 고기 깊숙이 들어올 수 있게 하였다. 또 양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숙성육으로 사용했던 경험을 살려 고기의 물성과 맛을 개선하기 위해 원육을 최적의 상태로 숙성시켰다.

칼집을 내 숙성시켜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 고기는 불에 훨씬 잘 익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적정온도인 320℃ 정도의 고온까지 올려서 금방 두꺼운 고기를 익게 하는 구이 법을 쉽게 찾지 못했다. 여러 가지 로스터를 구입해서 갖은 방법을 동원해 시험하면서 구워봤지만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숯불로 구우면서 동시에 가스불로 지원하는 구이 법을 상정하고 그런 로스터를 찾아보았다. 한참 만에 결국 지금의 가스 숯불 겸용 로스터를 발견하고 점포에 설치하였다.

가장 큰 고비였던 두꺼운 고기 굽는 법을 해결하자 다음은 고기와 함께 먹는 부재료가 문제였다. 너무 강한 향으로 고기의 제 맛을 빼앗아 가는 참기름을 치우기로 했는데 그것을 대신할 만한 강력한 부재료가 필요했다.

우선 고기 맛을 저감시키지 않는 양질의 소금을 만들기로 했다. 역시 몇 번의 실험과 조합을 거쳐 세척 후 구운 국산 천일염을 기본 베이스로 한 후, 여기에 ‘몰로키아’라는 허브와 양파가루, 마늘가루 등 수십 가지 원료를 배합했다. 이렇게 만든 소금은 잡내가 없고 유해 물질을 제거해 몸에 좋으며 알칼리 성분이어서 끝 맛이 살짝 단맛을 낸다.

럭셔리 소금과 함께 최고의 고기 맛으로 이끌어줄 밑반찬으로 콩나물 재래기를 개발했다. 일식집이나 복어전문점에 나오는 콩나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했는데, 콩나물은 숙취제거와 장 청소에 뛰어난 기능성 식재료다. 함께 들어가는 파, 부추, 대파 등에는 돼지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주고, 누린내와 느끼한 맛까지 잡아주는 황화아릴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성공 이후 “형제점포 늘리고 브랜드 가치 높일 터”

치열한 개선과 혁신활동을 통해 넉 달간의 준비를 끝내고 새봄과 함께 개점을 할 때에는 당초의 불안감에서 벗어나 오히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리고 한 번 해보자는 오기도 생겼다.

식당이 문을 열자 이 대표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음이 증명되었다. 첫 해 하루 매출은 예상을 깨고 100만 원씩이나 되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고객이 낯설어 하는 두꺼운 고기와 함께 활성화되지 않은 동네 상권에서 단지 지역 상권만 보지 않고 대구 시내 전체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 주택가 상권에서 왜 돼지갈비를 팔지 않느냐는 등, 주변에서 말이 많았죠. 만일 그렇게 했다면 이 동네에 있는 그저 그런 여러 삼겹살 집 중 하나가 더 늘어난 것에 불과했을 겁니다.” 지금은 일 350만 원 정도의 매출로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이 대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성공보다 오히려 성공 뒤의 수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성전략의 핵심은 충성도 높은 고객수를 차츰 늘리는 것이다. 끊임없이 고객이 찾아오게 하고 한 번 왔던 고객이 다시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대표의 전략목표다. 고객 재방문의 필요조건은 단연 고기의 맛과 품질 향상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 고기를 받지 않는다. 자신의 축산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육안과 관능검사를 통해 고기를 고른다. 양질의 원육 확보가 질 좋은 고기의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좋은 고기를 잘 구워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고깃집에는 반드시 고기를 잘 써는 전문가와 잘 굽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기가 좋아도 제대로 썰어서 제대로 굽지 못하면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맛찬들왕소금구이>에는 썰기와 굽기 전담원이 배치되어 있다. 또 고기를 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굽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손님과 스킨십을 해야 한다고.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나 밑반찬 먹는 법 등의 소소한 정보 제공을 하면 손님도 좋아하고 손님과 주인과의 사이에 알게 모르게 동지 의식이 생겨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좋은 고객이 좋은 고기를 알아본다. 이 대표는 주 4회 이상 방문한 귀빈고객 명단을 작성, 따로 관리한다.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도를 강화시킨다. 이들이야 말로 이 집의 움직이는 광고판이자 가장 큰 자산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공을 토대로 더 큰 가치를 모색 중이다. “작년부터 탄력 받은 형제점포 개점을 올해는 좀 더 늘릴 예정입니다. 이에 함께 고기의 품질과 맛, 맛찬들 브랜드의 가치도 좀 더 높여보려고 고민 중입니다.”

월간외식경영 글 이정훈 기자 사진 변귀섭 기자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