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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건너간 전위예술 1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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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다음달 서울서 개인전을 여는 ‘영원한 아방가르드’ 김구림. 뒤의 작품은 2000년대의 ‘음양’ 시리즈. 잡지의 광고 이미지를 오리고 그 위에 붓질한 작품이다. [사진 통인옥션갤러리]

“나는 남들은 하지 않는, 별 걸 다 한 사람이다. 영화, 연극연출, 무대의상, 일렉트릭 아트 등 온갖 분야에서 ‘최초’ 수식어를 달았다.”

 한국 전위 예술 1세대 김구림(78)씨는 자신을 ‘별 걸 다 한 사람’으로 칭했다. 다른 호칭도 있다. 바로 ‘미친○’. “1960년대, 다들 이젤 펼쳐놓고 야외에서 풍경화 그릴 때 내가 바디 페인팅하고, 잔디에 불지르는 퍼포먼스를 하니 미친놈이라더라.”

 그는 1970년 서울 한양대 인근 강둑 잔디를 불태워 거대한 삼각형 여러 개를 만들었다. 제목은 ‘현상에서 흔적으로’, 대지에 그린 기하추상이었다.

 그때의 그 ‘미친 행보’에 주목한 것은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다. 미국서 개인전할 때의 자료를 본 이 미술관 큐레이터가 김씨를 전시에 초대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풍덩(A Bigger Splash): 퍼포먼스 이후의 회화’다. 잭슨 폴록·데이비드 호크니·니키 드 생팔·구사마 야요이 등 세계적 거장 20여명과 함께하는 전시다.

 김씨는 69년 바디 페인팅 사진 세 점을 출품했다. “당시 외국서 바디 페인팅한 작가가 많았는데, 테이트에서 주목한 점은 내가 몸에 그리기만 한 게 아니라 구슬·액세서리 등 오브제를 붙이기도 한 점이었다.”

 김씨는 다음 달 3∼24일 서울 관훈동 통인옥션갤러리(02-733-4867)에서 개인전 ‘끝없는 여정’도 연다. 70년대 회화 10점, 2000년대의 음양 시리즈 15점을 출품했다. 7월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당시 검열 등의 제재로 구현하지 못했던 60~70년대 전위적 설치를 재현한다 .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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