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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결전」의 향배|야당의 통합과 여당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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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 3개월 후로 다가선 제6대 대통령선거는 공화당 총재인 박정희 대통령과 신민당후보인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실상 단독 결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4년 전 「사상논쟁」을 비롯한 숱한 「이슈」를 안고 대결했던 두 후보가 다시금 숙명적으로 자웅을 결하게된 것이다. 약 보름 전만 하더라도 「기적」시 되던 민중·신한 두 당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야당 대통령후보 단일화가 실현되자 공화당은 당초의 선거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야당도 조직의 정상부만 통합했을 뿐 지구당 등 전체적인 조직단일화는 선거전략과 병행시키면서 해야할 처지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여·야의 전략도 대통령선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심판의 날을 향해 가다듬기 시작한 여·야의「작전」과 과제를 살펴본다.
총선을 불과 2, 3개월 앞두고「이루어진 야당의 대통령후보 단일화는 「복수야당」을 전제로 선거전 준비를 해온 공화당엔 큰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화당 간부들은 여러 차례 야당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선거대책을 세웠다고 말했지만, 기실은「야당 단일화」는 무망할 것이라는 정세 판단 아래 전략을 짰었으며 이 때문에 어떤 간부는 야당 단일화를『때아닌 복병을 맞은 느낌』이라고 당황하는 기미마저 보이고있다.
공화당 간부들은 야당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전략의 전면 재조정을 결의하기 시작했으며 단일화가 이루어진 후 5, 6일 이틀에 걸쳐 비공식 긴급회의를 갖고 단일화에 따른 새 정세 검토와 「대야 강경 전략」으로의 급선회를 줄거리로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착수했다.
공화당이 야당 단일화로 가장 어렵고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문제점은 ①4년만에 야당이 뭉쳤다는 새「이미지」에 의한 야당「붐」②야당후보 단일화를 위해 앞장섰던 윤보선·유진오·백낙준·이범석씨 등이 뿌리박고 있는 정치적·비정치적 세력의 규합, 그리고 ③선거전에서 민심을 크게 자극시킬지 모를 윤씨의 강경 노선 등을 꼽고 있다.
이런 전제 위에서 기본전략으로는 1백50만 당원을 바탕으로 한 고정표 획득에는 단일화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 앞으로의 전략 촛점을 부동표의 야당에로의 흡수를 막는데 둘 것이라는 것. 그래서 50만 당원 추가 포섭 계획을 중단하고 주로 야당 단합의 새 「이미지」분쇄, 야당세력 침식, 야의 강경노선 봉쇄 방안 등을 전략조정의 초점을 삼고있다고 한다.
우선 야당 통합대회에 뒤이어 있을 유세를 통한 야당 「붐」에 맞서기 위해 오는 20일게 부터 유세를 본격화할 계획이며 이와 함께 윤·유·백·이씨 등 4자가 규합할지도 모를 세력양상 측정과 그 분쇄 작업을 펴나갈 속셈인 듯. 특히 「야당 단합의 진의」란 연제로 「치열한 대야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 이번 여·야 유세는 열띤 설전으로 번져 시끄러운 잡음을 일으킬 가능이 짙다.
이른바 「야당 4자」의 세력기반이 윤보선=호남, 박순천=영남. 백낙준=기독교 등 종교계, 이범석=구 민청계를 비롯한 일부 청년 세력 등으로 보고 이를 침식하는 방안으로 기간· 핵심 조직 외 동원훈련을 약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할 것이라는 것.
또 야당의 강경 투쟁에 대비해「선거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특히 극한적인 발언을 통제하기 위한 조처도 이미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대야전략의 조정과 함께 공화당은 전략을 효과적으로 밀어 나가기 위한 당 내부의 체제구축에도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점은 ①야당 조직침투·분쇄를 위한 대책으로 선거자금을 현재 예상한 것보다 2배로 써야하며 ②국회의원 공천 기준을 당선위주로 재조정해야 하며 ③전국적 규모의 당 기구를 「가혹할 정도」로 수술하여 율 있는 선거체제로 재편성해야 하며 ④이런 수술에 뒤따를 낙천자를 비롯한 탈락세력의 반발 무마 등이라는 것.
특히 선거자금의 마련과 50여개구에 대해 압승을 예상하여 「정치적 배려」로 앉혀둔 인사들을 갈아야 한다는 것이 내부 체제를 갖추는데 가장 심각한 문젯거리인 것 같다. 또 공천 등 때문에 갈수록 불어나는 욕구불만이 사무국을 중심으로 짜여질 그 선거기구와 그 활동에 무시 못할 시련을 줄 가능성도 엿보인다. 공화당 안의 이런 착잡한 사정은 야당 단일화라는 외부자극과 함께 대야 선거태세를 재정비하는데 적지 않은 시련을 가져올 것이며 단일 야당의 강경 전략에 맞서는 공화당의 전략여하에 따라 선거전의 양상은 크게 가름될 것 갈다. <정치부>
야당은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실현했다. 민중·신한 두 야당은 야당끼리의 경쟁을 피해 통합 야당인 신민당으로 합류하고 윤보선씨를 공화당 박정희 후보와 대결하는 야당의 기수로 선택한 것이다.
신한당의 선거전략은 단일화 실현의 바탕 위에서 새로 다듬어진다.
통합의 추진체였던 4자회담의 당사자인 윤보선 유진오 백낙준 이범석씨, 민중·신한 양당의 중진 및 함석헌씨를 비롯한 재야의 얼굴들을 선두에 세운다는 것. 따라서 유세를 통해 야당「붐」을 일으킨다는 것이 선거전의 기둥. 그러나 신민당의 선거 태세는 출발점에 있다.
교섭을 본격화한지 15일만에 기적처럼 실현된 통합 창당대회는 일단 민중·신한 양당의 간판을 내걸 것을 목표로 정당의 핵이 되는 지구당 조직책 선정을 뒤로 미루었다. 따라서 선거태세는 지구당 조직책 등 험난한 창당작업과 병행되어야 한다. 신민당이 갖추고 있는 것은 공식으로는 대통령후보와 당수 그리고 60명선의 운영위원뿐이다.
당헌은 선거를 치를 때까지의 과도적 체제를 갖춘 것. 이 당 두에 의하면 운영회의가 따로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한다 .선거대책본부는 사무장과 약간명의 차장 그리고 총무·조직·선전·정책·재정·감찰의·6개 위원회를 설치하며 사무장 등 요직은 당수가 대통령후보와 합의, 임명토록 되어 있다. 따라서 선거대책본부는 민중·신한 양당이 균형을 잡게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구의 구성보다는 각 정파의 혼연일치된 결합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과제가 중요하다. 윤 후보는 우선 4자회담 당사자가 통합을 추진하던 열의로 선거전을 이끌어가야 할 것을 희망했다.
4자는 그 이름과 얼굴로써만이 아니라 백낙준씨가 기독교 조직을, 유진오씨가 지식인을, 이범석씨가 충 남북을 중심으로 한 유 족청 세력을 야당지원으로 이끌어 올릴 것이라는 것. 몇 차례의 4자회담에서 『우리 네 사람이 힘을 합치면 누가 나와도 표는 같을 것이며 정권교체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들 얘기했었다.
그러나 5일의 제4차 4자회담에서 대통령후보와 당수를 두고 윤·이 양씨와 유·백 양씨가 의견을 달리한 뒤 4자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감을 갖게된 듯도 했다. 다음은 민중·신한 양당의 실질적인 결합이다. 양당은 한·일 협정 비준 파동을 계기로 갈라선 세칭 강경파와 온건파다.
각 당의 지구당 위원장들은 지역구에서 조직 경쟁을 벌여 대립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결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해왔다. 통합으로 둘 중 한사람은 다음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 이것이 말썽 없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 할 수는 없다. 더우기 총선거 후의 당권 경쟁까지 곁들여 민중·신한 두 세력 사이에 치열한 대립이 불붙는다면 통합은 이름을 하나로 해놓은 것 외에는 조직을 배가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통령후보를 앞세운 지방유세는 2월 중순부터 시작할 계획. 윤보선씨는 신한당의 대통령후보로서 작년 한햇동안 전국의 소읍을 거의 순회했었다. 따라서 이번 단일 대통령후보로서의 유세는 대도시에서부터 시작하게된다.
첫 유세는 야당 단일화의 PR. 그리고 분열을 극복해 낸데 대해 국민의 열의가 야당으로 쏠리면 이 바람을 몰고 「부패정치」「정보정치」그리고 급격히 예속화되어 가는 나라의 경제, 빈부의 극대화 등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의 비정을 찔러 표를 모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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