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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 올린 「황소」전략|대통령 후보지명과 공화당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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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화당은 2일 박정희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모든 선거 전략을 표면화, 본격적인 선거 싸움에 나서게됐다.
공화당은 10일께 까지 집행·대의의 당 기구를 선거대책기구로 일원화시켜 내달 초 선거날짜 공고 때까지 선거체제에 의한 조직동원훈련·당원보강포섭·대야 측면공세 등을 벌이고 3월초 부터 각 종 방계조직동원이나 유세 등을 통한 본격적인 활동을 펼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은 야당이 「사전운동」 시비로 말썽을 일으킬 만큼 그동안 확대된 조직활동을 바탕으로 착실히 다져졌으며 오래 전부터 낙승을 장담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1월 23일 부터 예상을 뒤집어 야당 통합 운동이 무르익어 가자 공화당 선거전략엔 「낙관을 불허」하는 여러 문제점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재야 4자회담이 민중·신한 양당의 통합에 합의한 이후부터 공화당은 야당 단일화 움직임에 대처하여 ①현재의 1백50만 당원을 2백만으로 늘리며 ②관리장·연락장·활동장 등 70만 기간·핵심조직의 동원 훈련을 지역적 특수성에 비추어 단계적으로 실시하며 ③득표를 위한 시·도별 「이슈」 중심의 1백여가지 전략을 세웠고 ④노총 등 직능단체의 측면 지원을 받기 위한 특수 「단체조작 계획」을 세우고 ⑤민중·신한당 통합에 따라 탈락되는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 인사 5∼6명의 포섭 등 입체적으로 선거 대책 보완 계획을 마련했다.
공화당 간부들은 연일 심야 회합을 거듭하면서 이와 같이 전략상의 예기치 못한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을 세워 나갔다. 야당 단일화라는 새 국면에 대처해 거론된 문제점은 ①선거자금을 예상보다 2배로 써야 하고 ⓩ국회의원 공천 기준을 당선위주로 조정해야하며 ③전국적 규모의 모든 체제를 「가혹할 정도」로 수술하여 능률 본위로 재편성해야하고 ④이러한 수술에 뒤따를 낙천자를 비롯한 상당세력의 반발 무마 등이라고.
여기서 공화당이 가장 심각하고 어렵게 여기고 있는 것은 주로 공천문제를 포함한 지구당에 대한 수술과 이에 따른 반발이다. 적어도 50여개 구에 대해선 압승을 예상하여 「정치적 배려」로 앉혀둔 상당한 간부급들을 갈아야 한다는 것이 어떤 고위간부의 고충 섞인 판단이기도하다.
더구나 공천 등 때문에 갈수록 불어나는 욕구불만은 사무국을 중심으로 짜여지는 선거기구와 그 활동에 무시 못 할 시련을 줄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앞으로 구성될 선거기구는 선거사무장(당의장)-운영 위원회(당무위원 전원·선거대책 위원장·당기위원장)-선거사무소장(사무총장)-기획실(사무국 부장급) 등의 체제로 사실상 사무국 재판인 기획실이 모든 선거 작업을 맡게 되므로 비 사무국 세력의 반발이 이원조직의 뿌리깊은 갈등으로 드러나지 않나 우려하는 측도 있다.
공화당의 이러한 착잡한 내면적 사정도 박정희 총재의 영도력이 발휘될 때 어떤 파동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적어도 야당의 단결이라는 외부작용에 겹쳐 선거전이 본격화하는 단계에서 시끄러운 내부양상을 면치 못 할지도 모른다.
당초 공화당은 2월 중순께 부터 후보반·특별반·기동반·학술반·지구당반등으로 유세를 벌여 대 야 포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보다 효율적인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한 당내 사정 때문에 모든 작전일정을 늦춘 것이다.
공화당이 야당 단일화라는 전열 정비에 맞서 당내 세력대립이나 탈락 층의 욕구불만에 따른 반발 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야선거전략의 양상은 크게 바뀔 것 같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정책·조직 대결」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정책·조직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겠느냐는 것은 앞으로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여·야가 겪을 시련인 동시에 유권자들의 정치 의식에 대한 「바로미터」이기도하다. <윤기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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