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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끄려는데 터진 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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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왼쪽)이 결승골을 터뜨리자 기성용(가운데)이 목을 감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2-1로 승리한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의 청신호를 켰다. [뉴시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3만7222명 관중이 한숨을 푹푹 쉴 무렵이었다. 전·후반 90분이 모두 끝나고 후반 추가 시간도 5분에 접어들었다. 어쩌면 최강희 감독마저도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바로 그 순간, 경기장에 환호성이 터졌다.

 ‘수퍼 탤런트’ 손흥민(21·함부르크)이 한국 축구를 살렸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별명처럼 ‘손세이셔널’했다. 버저비터 골로 최강희호를 위기에서 구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15분 이근호(상주 상무)가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18분 칼판 이브라힘(알사드)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이동국(전북)의 슛이 크로스바 맞고 나온 볼을 손흥민이 오른발로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승점 1점이 승점 3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한국은 3승1무1패로 승점 10점이 됐다. 카타르는 2승1무3패에 머물렀다. 한국은 6월에 열리는 최종예선 3경기(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를 한결 편안히 치를 수 있게 됐다.

 전반까지 한국의 공격은 답답했다. 최강희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애제자’ 이동국 대신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투입했다. 2선 공격수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이근호(상주), 이청용(볼턴)을 기용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한국은 전반 내내 공세를 펼쳤지만 카타르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카타르는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넘어지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시간을 끄는 것)’로 신경전을 펼쳤다. 한국은 김신욱이 최전방에서 헤딩으로 볼을 따내고,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고군분투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스위칭 플레이와 오버래핑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최 감독은 후반 7분 지동원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후반 15분 드디어 이근호의 선제골이 나왔다. 이근호는 박원재(전북)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재치 있게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한국은 후반 18분 뼈아픈 동점골을 내줬다. 칼판 이브라힘이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망 왼쪽을 갈랐다. 주춤주춤하며 뒤로 물러선 중앙 수비의 움직임이 아쉬웠다.

  최 감독은 후반 36분 이근호 대신 손흥민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카타르의 골문은 견고했다. 손흥민이 후반 40분 하마드 이스마일 칼리파와 경합을 벌이다 대치해 양팀 선수들 대부분이 뒤엉키는 장면도 연출됐다. 카타르는 후반 종료가 가까워지자 다시 침대축구를 펼쳤다.

 이때 손흥민의 짜릿한 결승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골을 터트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손흥민의 재능을 알아본 유럽 빅리그 클럽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함부르크는 손흥민과 재계약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 반면 대표팀에만 오면 부진하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앞서 A매치 12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나홀로 플레이로 대표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도 들었다. 하지만 이 ‘한 방’으로 모든 우려를 잠재웠다.

오명철 기자

◆ 양팀 감독의 말

▶최강희(대표팀 감독)

극적인 승리였다. 선수들이 끝까지 집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아 값진 승리를 거뒀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선수들에게 선취골을 얻을 때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오히려 선취골을 넣은 이후 집중력이 떨어져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근호와 이청용의 컨디션이 좋아 손흥민의 투입이 늦어졌다.

▶파하드 타니(카타르 감독)

수비진에 타이트한 방어를 요구했는데 잘 이뤄졌다.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였다. 졌지만 오늘 경기에 만족한다. 한국은 우리 중앙 수비가 탄탄해 측면 돌파에 주력한 것 같다. 심판은 경기에 집중하지 않은 것 같다. 후반 추가 시간을 5분이라고 했는데 1분을 더 주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추가 실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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