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매체에 민감 … “본때 보이겠다” 몇 차례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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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데일리NK 홈페이지에 서버 접속장애를 알리는 팝업창이 떠 있다.

26일 홈페이지 마비 사태를 겪은 북한 관련 단체들은 북한에 대해 비판적 내용을 다뤄온 매체란 공통점이 있다. 데일리NK, 자유북한방송,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조갑제닷컴 등 10여 개 단체는 1시간가량 접속장애를 겪었다. 동일한 서버를 이용하는 북한개혁방송과 조갑제닷컴, 코리아 318은 오후 1시30분부터 사이트 접속이 마비됐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열흘 전 백업을 했지만 서버가 완전 파괴된 상태라 예전 자료가 얼마나 유실됐는지 파악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데일리NK도 영문·중문 서비스가 중단됐고 NK지식연대 등 다른 단체도 백업 전 기사와 자료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공격은 지난 20일 발생한 KBS·MBC 등 주요 방송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테러와는 다른 형태의 공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데일리NK 관계자는 “서버관리업체에 따르면 미국발로 추정되는 IP로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며 “하나의 IP 공격을 막으면 다른 IP로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전에도 몇 차례 공격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공격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NK지식연대 김흥광 대표는 “북한이 본때를 보여준다며 수차례 경고해 왔다”며 “북한 관련 단체만 골라 공격한 것이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점을 고려해 봐도 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날에 사이버 공격을 재개해 물타기를 하려는 수작”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민 대표는 “며칠 전 방송사와 은행들이 해킹당한 날 새벽 4∼6시에도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며 “사이트에 접속자 IP가 속한 국가의 국기가 뜨는데 인공기가 최근 몇 차례 떴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북한 내부의 실상과 정권의 실정을 비판해 왔다. 자유북한방송의 경우 북한에 단파 방송을 송출하며 북한 정권 부패와 붕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거론해 왔다. 김성민 대표는 북한군 간부 출신으로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데일리NK의 경우도 휴대전화를 통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주민들의 생계곤란과 군 비리 상황 등을 보도하며 뉴욕타임스 등 해외매체에 북한의 실상을 알려왔다. 북한민주화 네트워크의 경우 주사파에서 전향한 북한인권운동가인 김영환씨가 속한 단체다. 세 단체는 북한이 암살을 시도했던 황장엽 북한 노동당 전 국제담당 비서의 기고를 받거나 고문으로 뒀다는 공통점도 있다.

 북한은 이들을 북한 체제전복세력이자 배신자라고 비난해 왔다. 지난해엔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와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 등의 실명을 언급하며 “온 지구를 다 뒤져서라도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한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북한 민주화 운동가들이 껄끄러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며 “체제전복세력으로 간주하고 손봐야 할 우선순위로 손꼽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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