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리위안 패션이 시진핑 가려 중국 원로들 불편한 심기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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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탄자니아를 떠나는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펑리위안 여사. [다르에스살람 로이터=뉴시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의 행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많다.

 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 인터넷 매체 보쉰(博訊)은 25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 시절 정치국원을 지낸 한 인사의 말을 인용, 상당수 중국 원로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첫 해외 순방길에서 펑 여사가 관심을 독차지한 데 못마땅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쉰은 이 인사가 “국격을 높이기 위해 굳이 가수 출신 퍼스트 레이디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 지도부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일부 선전부문 관계자들은 홍콩 매체들이 펑리위안을 띄우고 중국 언론이 앞다투어 받아쓰는 것을 일종의 ‘시 주석 죽이기’로 보고 있다고 보쉰은 전했다. 과도한 보도로 반감을 불러일으켜 결국 시 주석을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 반대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구 언론도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이 유명 퍼스트레이디에게 가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24일 “시 주석은 모스크바를 떠나면서 매우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중국에서 유일한 화제는 퍼스트레이디의 우아한 패션뿐”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 지도부가 모종의 조치를 취한 흔적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이 쓰는 중국 블로그에 따르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펑리위안과 같은 아이템’ ‘퍼스트레이디와 같은 아이템’을 금칙어로 설정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는 메인 페이지에서 펑 여사 관련 광고를 모두 내렸다. 펑리위안이 모스크바 공항에 내릴 때 입은 코트는 단숨에 8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인기 검색어 목록에서 사라졌다.

AP통신은 이 제품을 제작한 중국 브랜드 익셉션도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이용할 경우 당내 보수 인사들의 심기를 건드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 검열에도 중국의 펑리위안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패션계의 기대가 높다. 중국 보그 편집장 장유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역사상 처음으로 현대 여성처럼 옷을 입고 나온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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