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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조작」한 비정의 어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과외 공부를 끝내고 집에 가다 괴한에게 유괴된 것으로 알려졌던 최순희(11)양 유괴소동은 어머니 이명산(33)씨가 친정 오빠를 위해 돈을 빼내려고 꾸민 조작극임이 밝혀졌다. 이 여인은 단 하나의 친정 식구인 오빠 이흥엽(51)씨가 지난 17일 파주에서 상경, 『20만원만 있으면 문방구를 차려 살 수 있을 텐데…』라고 탄식하는 것을 보고 남편 돈을 빼돌리려고 마음먹었던 것.
그 수단으로 이 여인은 지난 23일 상오 11시쯤 과외공부 하러 나가는 둘째딸 순희 양에게『친구 혜자네 집에 당분간 가 있거라.』고 미리 귀띔. 다음 이웃부인 염모(33)씨와 짠 다음순희 양을 후암동 「버스」종점에서 기다렸다가 「택시」로 혜자 양의 집까지 데려다 숨겼다.
이렇게 해 놓고 하오 7시쯤 『20만원을 24일 밤 10시까지 말죽거리 나무 많은 곳에 갖다둬라. 돈은 엄마가 갖고 오라.』는 내용의 협박장을 염 여인집 부엌에서 염 여인으로 하여금 대서케 했다.
이날 따라 늦게 온 남편 최덕렬(43·서울 용산구 후암동 409의 132)씨는 『순희가 아무래도 유괴 된 것 같다.』고 소동을 벌인 부인의 말에 크게 당황, 친척을 찾고 이웃 친구네를 뒤졌으나 허사였다.
다음 날 아침 남편 최씨는 남대문 서에 신고, 형사대는 가짜 돈뭉치 까지 갖고 24일 밤 10시 지정 장소까지 갔지만 이 여인은 끝내 숨기고 있었다.
마지막 순희의 친구 혜자를 찾으러 간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다급해진 이 여인은 『모든 것을 내가 꾸민 것이었다.』고 자백하게 되었다.
경찰은 유괴 조작의 각본을 만든 이 여인과 협박장을 대서한 염 여인을 협박(유인)혐의로 즉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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