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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내일 뵈어요, 내일 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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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거래처 직원. 격식을 갖춰야 하는 사이라면 안부를 묻곤 “다음에 또 뵐게요” “조만간 다시 뵈어요” “사무실에서 내일 뵈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등의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게 마련이다. 이때 건네는 인사말 가운데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 있다.

 “또 뵐게요” “다시 뵈어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내일 뵈요”라고 해서는 안 된다. “내일 뵈어요”라고 말하거나 줄여서 “내일 봬요”라고 해야 바르다. ‘뵈다’는 웃어른을 대하여 보다는 의미의 동사로 ‘뵈고, 뵈니, 뵈면, 뵈러, 뵌, 뵐, 뵈어, 뵈어도, 뵈어서, 뵈었다’ 등과 같이 활용해야 된다.

 ‘뵐게요’는 ‘뵈다’의 어간 ‘뵈-’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ㄹ게’와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붙은 꼴이므로 바르게 활용된 예다.

 ‘뵈어요’도 서술·물음·명령·청유를 나타내는 종결어미 ‘-어’와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어간 ‘뵈-’와 결합한 형태로 바르게 사용됐다. ‘뵈-’에 ‘요’를 바로 붙여 “내일 뵈요”와 같이 쓸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뵈요’는 문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 ‘요’는 체언이나 부사어, 어미 뒤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언과 어울릴 때는 어간에 바로 붙일 수 없고 어미 뒤에만 사용할 수 있다. ‘먹어요’를 ‘먹요’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뵈-’에 어미 ‘-어’가 결합해 ‘뵈어’가 된 뒤에야 ‘요’를 붙일 수 있다.

 ‘봬요’는 ‘뵈어요’가 줄어든 것이다. ‘뵈다’의 활용형 중 어미 ‘-어, -었-’이 포함된 ‘뵈어, 뵈어도, 뵈어서, 뵈었다’의 경우 맞춤법 규정에 따라 ‘봬, 봬도, 봬서, 뵀다’로 줄어들 수 있다. ‘되어, 되었다’가 ‘돼, 됐다’로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뵙겠습니다’는 ‘뵈다’보다 더 겸양의 뜻을 나타날 때 쓰는 동사 ‘뵙다’에 어미 ‘-겠-’과 ‘-습니다’가 결합된 말이다. ‘뵙다’는 ‘뵙게, 뵙는, 뵙고자’ 등처럼 자음 어미와만 결합하므로 ‘뵙어, 뵙었다’와 같이 활용할 수는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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