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협력 새 밑그림 그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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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의 지도체제가 들어섰다. 중국의 새 지도자들은 ‘중화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부국과 민생을 추구하겠다는 국정철학을 가다듬고 있다. 또 민생 해결을 위해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건설과 생태환경의 조화를 강조한다. 향후 5년의 경제정책은 민생 개선, 소비 확대, 생태문명의 도시화 건설, 창조경제 등 네 가지로 집약된다. 이에 부응해 지방정부의 성장(省長)들도 ‘민생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내놓고 있다. 중부지역 4개 성(후난·후베이·안후이·장시)에선 민생 개선을 위한 ‘경제개발연맹’을 거론하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도 한·중 경제협력의 방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 간 국정철학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게 한층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비전과 연계된 정책은 정책 협력 공간이 넓고 추진력이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행복과 문화융성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부흥의 국정비전을 제시했다. 따라서 한·중 정상 사이엔 미래 성장동력의 확충, 고용복지의 창출, 서민 행복의 증진, 사회갈등 해소라는 공감대가 마련된 셈이다. 그중 민생협력 분야에선 전략산업 육성, 생태도시 건설, 문화융성의 세 가지 방안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양국의 미래전략 산업인 차세대 정보기술(IT), 첨단장비 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절감, 환경개선 등에서 바람직한 협력 틀을 살펴보자. 양국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연구개발(R&D)과 기술표준화의 협력, 미래 공동시장의 창출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모색되어야 한다. 중국은 지난해 R&D 에만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했다. 민생 행복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구축, 교육부문 협력, 관광산업과 생태환경 부문의 협력이 바람직하다. 8억 노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시장 개척, 전략산업에 대한 연구 및 교육·훈련, 관광·문화단지의 개발,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생태도시 건설의 인프라 프로젝트 등도 유망한 협력 분야로 손꼽힌다. 한국 기업으로선 2015년까지 3600만 호를 짓겠다는 에너지 절감형 서민주택 건설의 참여 방안을 진지하게 찾아봐야 한다. 중국은 올 한 해에만 서민 보금자리주택 약 800만 호를 건설할 예정이다. 2020년 도시화율 60%를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도시화의 핵심 키워드는 에너지 절감과 생태환경의 개선이다. 또 한국이 대중문화의 융합을 앞세워 창의적 한류 문화시장을 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교육·의료·한류관광 타운 조성도 검토 가능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선 큰 틀의 정책 협력을, 지방정부와 기업 간에는 실용적 협력의 틀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제조업 중심의 가공무역에 치우쳐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중국 지역경제권과의 시장 연계성이 결여되고 지방정부와의 네트워크, 협상력이 부족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중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대안이 부족했다고 보인다. 대기업 역시 자동차, 가전, 철강, 조선 등에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기존 시장이 잠식당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비교우위 산업의 전략적 분업화를 모색하는 한편, 중국 내륙의 경제개발과 연계된 한·중 산업벨트화 공단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양국 지방정부 간 협력의 유기적 채널 구성도 권장할 만하다. 예를 들어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주변 도시 12개 시장협의체에 한국의 지자체나 민간기업이 참여해 본격적으로 인구 2억 명의 상하이 경제권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기를 기대한다. 베이징(北京)·광저우(廣州) 경제권의 고급 소비계층과 청두(成都)·시안(西安) 등 내륙 도시의 신흥 소비계층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는 가격·기술·문화 경쟁이 따르고 마찰도 발생할 것이다. 현지 진출 기업과 지역사회 사이에 문화갈등이 일어날 경우 그동안 쌓아온 협력 기반이 흔들리고 기껏 확보한 시장도 무너질 수 있다. 그런 만큼 현지에서 사회친화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날 경우 양국 정부가 이런 시각과 틀을 바탕으로 한·중 경제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를 바란다.



유희문 대만 국립정치대 박사.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중국 경제를 연구했다. 동북아경제학회장, 베이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2010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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