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자리저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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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유한 의미에서 기생이라는 직업이 없어진 지는 꽤 오래됐건만, 아직도 그 기생과 관련해서 통용되고 있는 속담은 심심치않을 만큼 많다.「기생오라비 같다.」느니,「기생 자리저고리 같다.」느니, 『기생 죽은 넋이 무색하겠다.』느니 따위가 모두 그 보기라 하겠다. 직업에 대한 귀천의 구별이 소멸되고 옛 기생들의 풍류가 용납 안 될 만큼 사회가 각박해진 탓도 있으려니와, 종래 곧잘 구수한 야담의 주인공으로서 서민의 심금을 올려 주던 옛 기생의 미덕을 이제는 볼 수 없게된 반면, 그 대신 신파극에 등장하던 악독한 기녀상만이 요즘은 판을 치게 된 것일까. 겉치레만 번지르르하게 꾸미고, 정작 깨끗하고 아름다와야 할 내실은 별로 개의치 않는 세도 인심을 단지 언어의 퇴화 현상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도저 시장」으로서 말썽도 많은 반면, 실지로 한 일도 많았던 김현옥 서울특별 시장은 지난10일 또 거창한 시정 계획을 밝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뒷골목의 완전 포장 계획을 밝혔다 한다.
그에 의하면 서울시는 올해와 내년의 이태동안 서울의 도심지대 전역의 뒷골목을 모두 완전 포장해서 비가 올 때에도 구두에 흙이 묻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라 한다. 언즉시야요, 당연히 서둘러야 할 일이기는 하나, 다만 한 가지 생각할 일이 있다. 과연 그러한 일들이 서울시가 당면하고 있는 건설사업 중에서 우선 순위로 보아 합당한 것일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에서는 서울시의 올해 예산배정이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 편중됐다고 불평을 털어놓고 있는 터이다. 시내 9개 구청의 복지사업비 5억6천만원의 거의 절반이 여당 출신 국회의원의 출마구인 D·Y·S 3구에만 편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합승 등이 굴러다니는 노선 가운데도 서로 도로폭의 협소, 미포장 등으로 잇단 교통사고를 내고 있는 곳이 허다한 이 판국에, 도심지의 뒷골목부터 완전 포장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확실히 의심받기에 알맞다. 3백80만 서울특별 시민의 모두에게 찬양을 받는 시정을 위해 기생자리저고리격의 시정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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