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다운 리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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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35면

모든 리더에게 리더십이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리더에 해당하는 멋진 직함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리더십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리더십은 중요한 자질이자 특질이다. 정부기관이건 기업이건 단체건 상관없이 그 조직에서 리더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리더십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필자는 리더십 이론을 분석하고 연구해왔다. 세계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기회도 누렸다. 그런데 다양한 리더십 관련 사례를 접하면서 사람들이 리더십에 대해 갖고 있는 정의는 제각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국가와 문화권에 상관없이 서글픈 사실이다.

 필자가 하는 컨설팅 업무의 일환으로 때때로 리더십 분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리더십의 우스꽝스러운 형태를 목격하고 답답함을 느끼는 때가 많다. 리더십 흉내를 내면서 자기가 훌륭한 리더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면서 일이 잘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심할 때도 많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민을 섬기는 대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정치인들이나 자기 부하 직원들의 아이디어나 공을 자기 것으로 빼앗아 가는 중간관리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심지어 외국 근로자들을 부려 먹으면서 돈만 밝히는 사장들도 많지 않은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과거 훌륭하고 놀라운 능력을 갖춘 리더들과 일할 수 있었던 행운을 누렸다.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준 리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컬럼비아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에 와서 얻은 첫 직장은 증권회사였다. 증권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낯설었던 내게 도움을 준 멘토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은 비전을 갖고 있었고 전략이 있었으며 실력은 물론 소통 능력도 겸비한 분들이었다. 이후 학교로 돌아가 리더십 연구를 하면서 이런 자질들이 리더십의 특성임을 알게 됐다.

 지금은 조그만 개인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나 스스로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되돌리지 못할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자신감은 갖되 내 모습을 항상 점검하곤 한다.

 물론 나도 항상 운이 좋진 않았다. 나 역시 실력도 없고 모든 걸 아는 척하지만 자기가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무식한 리더들을 많이 겪었다. 교묘한 술책을 부리는 리더도 있었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까지 없애버리는 리더들 밑에서도 일해봤다(물론 그분들 이름은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비밀이다).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리더란 무엇일까. 멋진 직함이나 운전기사가 딸린 전용차가 나오는 것? 언제든지 심부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 돈이 많은 것? 리더십은 단지 명예나 권력, 영향력과 부유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더십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한다. 대화와 소통을 한다. 동기를 부여해준다. 남 탓하지 않고 핑계를 대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영감을 부여한다. 병사들로 하여금 전쟁터에 나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다. 우린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마틴 루서 킹 목사, 이건희 회장, 간디, 스티브 잡스와 법륜 스님을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왜? 그들은 위의 자질을 - 전부는 아니더라도 - 대부분 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고의 리더십을 가져다주는 마술의 알약은 없다. 하지만 타고난 리더도 있지만 만들어지는 리더도 많다는 데서 위안을 삼아보면 어떨까. 몇 가지 자질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한다면 리더십도 연마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여러 분야에서 리더가 되어 가고 있는 요즘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해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수전 리 맥도널드 미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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