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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폭탄테러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중국의 도시들에서 발생한 잇따른 폭발 사고는 중국인들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좌절감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널드 맥도널드는 계속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나 시안(西安)의 붐비는 식당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미처 해피밀(맥도널드 메뉴 중 하나)을 다 먹지 못했다. 2001년 12월 16일, 폭탄이 이 패스트푸드점을 뒤흔들며 손님과 빅맥 햄버거들을 날려 버렸다. 이 폭발 사고로 2명이 죽고 27명이 다쳤으며 도시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시안의 유일한 맥도널드가 있는 쇼핑센터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류웨이는 "이런 일은 중동같은 위험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다."며 "중국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2월 들어서만 서로 관련이 없는 폭발 사고 4건이 중국을 뒤흔들었다. 중국인들은 한때 안정된 사회를 과시하던 중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몇 년동안 중국은 자국내에 폭력적인 범죄가 없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밝혀왔다. 테러는 아득하게 떨어져 있는 미국 도시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사회 불안정 제거가 최우선 과제임을 수차례 강조한 것이 바로 한달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장쩌민이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이같은 연설을 한 이후 폭발 사건은 오히려 증가해, 9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홍콩시립대학 정치학과 조셉 청 교수는 "지금은 중국 역사에서 새롭고 위험한 국면"이라며 "중국은 증가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이상 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동부 연안 도시에서 고층 건물들이 크게 증가했지만 많은 내륙 주민들은 영양부족 상태에 빠져있고 도시 부유층과 시골 빈민층 간의 빈부격차는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졌다.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고 엄밀하게 따지면 국가에 고용됐다고 볼 수 있는 수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몇 달째 봉급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산업 도시 십여 곳에서 발생한 노동 쟁의가 유혈 사태로 번졌다. 나태한 경찰과 무능한 법정에 의존하는 데 신물이 난 일반 시민들도 반항적으로 변하고 있다. 베이징(北京) 소재 중국사회과학학회에서 일하는 사회학자 산광나이는 "불평할 통로가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4일, 휴대폰과 삐삐를 이용해 20여 건의 폭발 사건을 일으켜 잔쟝(湛江)과 쟝먼(江門) 등 남부 도시들을 마비시켰던 린귀지엔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엄청난 파괴 기술로 자신을 포함해 5명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어려움에 빠진 사업가였던 린귀지엔은 사이가 벌어진 처남과, 금전 문제로 다투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며칠 앞서 남부 구이저우성(貴州省)에서 실직한 노동자가 허리에 폭탄을 감고 임신한 옛 여자친구를 죽일 생각으로 만났다. 이들이 인력거에 탔을 때 폭탄이 터져 둘은 죽고 인력거꾼은 크게 다쳤다.

극도의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무기로 폭발물을 택한다. 중국에서 총기류는 사기가 어렵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나 가연성 물질은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쉽게 손에 넣을 수가 있다. 중국인들은 이런 것들이 옛 연인이나 동업자, 또는 정부 관리에게 복수할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중국 신문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명상을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폭력 사건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는 정부는 경찰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수사 끝에 폭파범 몇 명을 잡았다. 북동부 도시 시쟈좡(石家莊)에서 사법 당국은 지난 3월 폭탄을 터뜨려 1백8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해고 노동자를 처형했다. 그리고 이 폭파범에게 무심코 질산암모늄을 판 여인도 사형에 처했다. 이 여성의 죄는 면허없이 화학비료를 판 것이었다. 미친 폭파범들과 서투른 관리들의 수사 사이에서 중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HANNAH BEECH, 베이징(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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