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나홀로·수첩 인사 … 답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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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의 연이은 인사(人事) 사고에 새누리당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인사에 대해 방어막을 쳐줘야 할 새누리당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 요구가 나왔다. 인수위 출범 후 낙마자가 두 자릿수에 달하는 상황에 이르자 내부적으론 ‘박근혜식 인사 피로감’이란 표현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 눈엔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 검증이 한심하게 비치고 있다”며 “문제의 법무차관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는데도 청와대가 ‘본인이 부인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변명하는 건 청와대 검증팀의 무능만 부각시킬 뿐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가 당사자에게 백지신탁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중소기업청장 후보자직에서 물러난 황철주씨나 오늘 사퇴한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차관급 인사 과정에서 허술한 검증으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던 정무위에서 박근혜계 조원진 의원은 “대기업을 변호했던 김앤장이나 율촌에서 근무하고, 거기서 수익을 엄청나게 받은 사람이 공정거래위원장을 잘할 수 있을까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해도 너무한다”며 “정부 출범 초반부터 인사 문제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 1인에게 집중돼 있는 인선 시스템을 다변화하고, 청와대 참모들도 자기 직을 걸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민주통합당은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사는 만사(萬事)라는데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망사(亡事)로 가고 있어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인사 사고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수첩 인사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 고도 했다.

김정하·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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