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의 라켓' 애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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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끝내는 캐넌 서비스나 화려한 네트 플레이의 유무(有無)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챔피언이 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33세 노장의 플레이는 마치 물 흐르는 듯했다. 힘이 받쳐줄 때면 빠르고도 과감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밀어붙였고, 위기에 봉착하면 천천히 숨을 고르며 우회했다. 관록의 베테랑만이 가질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었고, 그만의 카리스마였다.


앤드리 애거시(미국.세계랭킹 2위)가 생애 여덟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애거시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레이너 슈틀러(독일.36위)를 1시간16분 만에 3-0(6-2,6-2,6-1)으로 완파하고 통산 네번째 호주오픈 우승컵을 따내며 우승상금 1백12만호주달러(약 7억8천만원)를 차지했다.

2회전에서 한국의 이형택(삼성증권)을 꺾을 때처럼 쉴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뒤흔들어 가볍게 우승을 차지한 애거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매번 결승은 긴장된다.

그러나 아내 그라프와 아들 제이든의 열성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며 가족석에 앉아있는 부인에게 감사의 키스를 보냈다.

메이저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던 슈틀러는 완패한 뒤 "애거시, 당신은 내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대단했다. 이제 나는 팬들과 함께 당신 부부의 프랑스 오픈 출전을 기다리겠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애거시는 이번 우승으로 지미 코너스.이반 렌들.켄 로즈웰과 함께 메이저대회 통산 8회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남자선수의 메이저 대회 최다우승 기록은 피트 샘프러스의 14회다.

女단식선 '세레나 슬렘'

한편 전날 끝난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세레나 윌리엄스(22.세계랭킹 1위)가 언니 비너스(23.이상 미국.2위)를 2-1(7-6,3-6,6-4)로 꺾고 우승,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보는 것. '진짜' 그랜드슬램은 한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을 달성했다.

우승상금으로 1백12만호주달러를 받은 세레나는 역대 자매대결에서도 6승5패로 언니를 한발짝 앞서게 됐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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