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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WBC에서, 모두의 WBC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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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이 20일 푸에르토리코와의 WBC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국기를 흔들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미니카는 사상 최초로 전승 우승했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시스]

세계 야구 최강을 가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막을 내렸다.

 도미니카공화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3-0으로 제압, 제3회 WBC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도미니카는 WBC 사상 첫 전승(8승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도미니카는 총 340만 달러(약 38억원)의 상금을 챙겼고, 대회 수익 분배금도 받게 된다. 도미니카는 1회 말 에드윈 엔카르나시온(토론토)의 2타점 2루타로 앞섰고, 5회 말 에릭 아이바(LA 다저스)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선발 사무엘 데두노(미네소타)가 5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세계화’ 성공한 WBC

이번 대회 가장 뚜렷한 흐름은 남미와 유럽 야구의 강세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선수 공급처였던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땅에서 준결승·결승전을 벌였다. ‘선수 수출국’이었던 이들이 자기 브랜드(국기)를 달고 세계 무대 중심에 섰다. 미국은 2라운드에서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미국은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더 큰 목적인 야구의 세계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1·2회 대회에선 한국(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과 일본(2006·2009년 우승)이 선전하면서 아시아 야구가 세계 무대 중심에 섰다면, 3회 대회에선 열기가 곳곳으로 퍼졌다. 자국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1라운드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연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네덜란드 자치령인 퀴라소로부터 선수들을 공급받은 네덜란드는 일본을 꺾고 준결승까지 올랐다.

 유럽 야구가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남미 야구가 결승에서 만나면서 WBC 대결 구도는 1, 2회 대회 때보다 다양해졌다.

 ◆축구 월드컵처럼 되려면

이번 대회 예선 출전국은 1·2회 때보다 8개 늘어난 28개국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 같은 규모와 보편성을 갖기까진 아직 멀었다. 이번 대회 수익금은 1회(1280만 달러), 2회(3200만 달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 스타들의 참가를 이끌어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수익금 배분 방식은 더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일본 선수노조가 한때 WBC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WBC가 미국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대회에서 탈피하려면 국제적인 공신력과 독립성을 갖춘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 1~3회 동안 변하지 않았던 개최 시기(정규 시즌 직전인 3월)와 개최지(지역 예선 후 미국 본선)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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