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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마른 동해 명태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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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2일 오전 8시30분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항 위판장에 암수 두 마리의 명태가 매물로 나왔다. 동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명태가 이날 새벽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올라온 것이다. 암컷 명태는 길이 50㎝, 수컷 명태는 45㎝ 정도로 죽었지만 상태가 비교적 깨끗했다.

 명태 두 마리는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로 옮겨졌다. 서주영(36) 연구사는 오전 11시쯤 암컷의 배를 눌러 알을 짜낸 뒤 수컷의 배를 눌러 채취한 정액을 알에 뿌린 뒤 수조에 옮겼다. 이 소식을 듣고 강릉원주대 권오남(41) 전임연구원이 부리나케 센터로 달려왔다. 그는 초조하게 알의 변화 상태를 지켜봤지만 기다리던 세포분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공수정에 실패한 것이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이날의 명태 인공수정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한때 가장 흔한 어종이었으나 이제는 씨가 마르다시피 한 명태를 복원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1980년대까지 명태의 주산지였던 고성군과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릉원주대와 경동대 등이 힘을 모아 명태 종묘 생산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2일 아야진에서 잡은 암컷 명태에서 알을 채취하는 장면. [사진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방법은 두 가지다. 명태를 직접 잡아 인공수정하거나 일본 또는 러시아에서 명태 수정란을 도입하는 것이다. 앞서 2010년 1월에도 동해수산연구소가 명태 종묘 생산에 나섰지만 명태를 구하지 못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재도전을 위해 연구팀은 낚시 어선 1척과 그물 어선 2척을 마련했다. 또 속초와 아야진 등 어민을 대상으로 명태를 잡으면 바로 연락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지만 명태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명태를 산 채로 잡기 위해 선택한 낚시 어선은 2월 말부터 세 차례 조업에 나섰으나 1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물 어선도 여러 차례 조업했지만 1마리만 잡았을 뿐이다. 연구팀은 어민들이 하루 2~3마리 잡아 오는 명태에서 지금까지 1ml 정도의 정액을 확보하고 언제든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

 연구팀은 4월께면 동해 명태의 알과 정자가 충분히 성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5일부터 본격적으로 명태 조업에 나서는 한편 어민들을 통한 명태 확보도 계속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본과 러시아에서 수정란을 구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살아 있는 명태와 수정란이 반출 제한 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원칙적으로는 반입이 불가능하다. 러시아와도 실무자 협의를 시작했으나 불투명하다. 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박기영(53) 교수는 “현 상황으로 볼 때 25일부터 벌일 작업에 성과가 기대된다”며 “러시아와도 수정란 도입을 본격적으로 협의하는 등 명태 종묘 생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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