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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은행에 3인조「갱」|"총탄 남았다" 재범조심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1일 하오 4시32분 한국상업은행 영등포예금취급소(영등포동4가151)에 개머리판 없는 「카빈」총을 든 3인조 「갱」이 침입, 노량진경찰서 문학기(29) 형사를 쏘아 죽이고 1백원 권으로 1백20만원을 강탈해 갔다. 이들 범인들은 30발들이 탄창 중 6발을 쏘아 24발을 남긴 채 도주, 들뜬 세모의 거리에서 재범할 우려가 짙어 시민들에게 조심하도록 관계당국은 당부하고있다. 「깽」들이 침입했을 때 동 예금취급소와 영등포경찰서직할파출소간에 연결되어있는 은행비상 「벨」은 고장나 있었다.

<범행경위>
3인조 「갱」은 하오 4시30분 정문「셔터」가 내려지자 2분 뒤에 옆으로 난 은행통용문으로 들어섰다. 그중 말쑥한 신사차림의 앞장 선 자가 『꼼짝 마라. 손들고 일어서.』 소리치며 우선 천장에 대고 2발을 쐈다. 총은 30발들이 탄창을 낀 개머리판 없는 「카빈」이었다.
둘째 번 사나이는 40「센티」길이의 단도로 「홀」에 남아있던 고객 3명을 위협하여 북쪽 「소파」쪽으로 몰아 댔고 그 틈에 셋째번 괴한은 김재선 대리 앞을 지나 맨 구석 금고 쪽으로 걸어갔다.

<경관사살에 3발>
총든 범인은 다시 김재선 대리 쪽으로 발길을 옮겨가며 『눈감아』 『앉아』 소리를 질렀다. 13명의 행원(여자3명 포함)은 모두 손을 쳐든 채 책상 밑으로 고개를 숙였고 겁에 질린 여행원 한 명은 울음을 터뜨렸다. 금고 앞에 간 범인이 미리 준비했던 흰 밀가루부대에 돈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때 문 형사가 적금을 불입하러 멋모르고 문안에 들어섰다. 『손들어!』고함소리가 튀어나왔고 뒷걸음질치던 문 형사가 『왜이래, 나 경찰관이야』 다급하게 말대꾸했다.
『순사면 죽여라』하자 총소리가 연달아 세 번 울렸다. 그 중 첫 방이 「오일·스토브」의 연통을 궤뚫고 문 형사의 왼쪽 옆구리를 관통, 「소파」에 박혔다.

<"너 죽고 나 죽는다">
금고 속에서 1백만원을 꺼내 담고 책상 위에 있던 20만원까지 쓸어 넣은 범인들은 『비상 「벨」을 누르면 너 죽고 나 죽는다』고 고함치며 총을 흰 종이에 싸든 채 밖으로 빠져나가 한 길에 잡아둔 녹색 「코로나·택시」를 급히 집어타고 시내 쪽으로 도망쳤다. 범행은 모두 10분 동안에 이루어졌다. 하오 4시42분쯤 정신을 차린 김필환 대리가 뒤 문으로 빠져 나와 이웃 「중화원」에 뛰어 들어 112를 11번이나 돌린 끝에 겨우 경찰에 신고되었다. 형사들이 권총을 뽑아 들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범인들이 달아난 지 10분이 지난 4시50분 경이었다.

<남은 실탄은 24발>
경찰은 22일 상오 범인들이 가졌던 30발들이 탄창에서 여섯발 밖에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실탄 24발이 범인의 수중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 재범할 가능성이 짙으므로 수상한자가 있으면 즉시 신고해 줄 것과 몸조심 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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