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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보호자 필요없는 서울의료원 … 문제는 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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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인식(85·서울 동대문구)씨는 지난 5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10층 102병동에 입원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끼니마다 누군가 밥을 먹여줘야 하고, 용변 볼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이따금씩 몸을 돌려줘야 한다. 이 모든 일을 병동에 있는 간호사가 담당한다. 부인 김명주(77)씨는 “간병인을 고용하자니 형편이 넉넉하지도 못한 상황인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직접 친절하고 세심하게 수발을 들어주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간병인 없이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병원은 없을까. 그런 실험이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1월 17일 시작된 ‘보호자 없는 환자 안심병동’ 프로그램이다. 안심병동은 전체 623개 병상 중 180개 병상이다. 환자는 따로 간병비를 내지 않는다. 간병인은 아예 없다. 병동마다 6~7명의 간호사가 3교대로 24시간 환자 곁을 지킨다. 병동 간호사실에 상주하면서 수시로 병실을 돌며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의료원은 안심병동을 운영하기 위해 간호사 79명, 간병 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4명을 새로 뽑았다. 이들의 인건비로 올해 36억원이 들어간다. 이 돈은 모두 서울시가 지원한다. 간병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는 새로 사지 않았다. 기존 설비를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안심병동이 소문나면서 180개 병상이 금세 다 찼고 환자 10~20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래서 입원기간을 15일로 제한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1주일만 연장이 가능하다. 간호사한테 별도의 수당이 지급되지는 않는다. 최우영 간호과장은 “일반 병동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간호사가 늘긴 했지만 그동안 안 하던 환자 서비스도 생겼기 때문에 이전보다 힘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의 안심병동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간병제도 개선 방향과 일치한다. 서울의료원에서 보듯 간병인 없는 병동을 운영하려면 인력과 돈이 많이 든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환자가 추가로 내는 돈이 없다. 일반병원이 서울의료원 규모로 안심병동을 시행하려면 36억원을 입원료에 포함하거나 간호관리료 같은 별도의 수당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돈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밖에 없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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