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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새 고아가 된 어린이 담임교사가 "어머니 되겠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양초등학교 3학년7반 김영진(90)양은 2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날품 파는 아버지 김시태(46·용산구 원효로2가92)씨, 동생 우진(8)군과 판잣집 단간방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가 지난 3일 어떤 생선장수가 주는 복어알을 끓여먹고 아버지와 동생이 숨졌다.
영진양 만이 난부병원에서 목숨을 건졌으나 갈 데가 없었다. 갑자기 커다란 재난을 당한 급우를 돕기 위해 금양국민교 어린이회(회장 이석우군)는 1천8백여명의 어린이로부터 10원씩 모금에 나서고 80여명의 교직원들도 주머니를 털었다.
○…이를 보고 장순건(30·용산구 효창동126)여교사는 단란한 신혼가정에 양녀로 맡겠다고 나섰다. 지난 4월 친구의 소개로 대한통운 안기둑(37)씨와 결혼, 청운동시댁에서 나와 효창동에 새 살림을 차리기는15일전.
장 교사는 『내가 담임하고 있던 영진양이 이러한 큰 불행을 당한 것이 너무나 가슴아마 김양을 시집보낼 때까지 친딸처럼 기르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군이 더 딱하게 여겨 병원에도 몇 번 찾아가고 영진양을 맡기를 적극 주장했다고 장 교사는『물론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곧 법적 수속을 밟아 힘있는데까지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월27일 이 학교에 부임한 장 교사는 13년간의 교직경력을 가진 온순 침착한 성격으로 일을 잘한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수원이 고향인 장 선생의 가족은 오빠 새건(40)올케 강씨(36) 동생 세영(26) 세경(24)씨 등 일가족 5명이 모두 현직교사로 있는 모범교직자의 가정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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