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나 가지" 대형교회 온 安에 삿대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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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한 안철수 예비후보(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식당 달개비 입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17일 낮,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서 가장 큰 교회라는 노원 순복음교회. 점퍼에 등산화 차림의 안철수 예비후보(무소속)가 예배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손을 잡는다. 이때 60대로 보이는 주차 봉사요원이 안 후보에게 다가와 삿대질을 하면서 “교회 나오지도 않으면서 (선거 때 되니까) 인사한다고 오는 건가”라고 말했다. 반말조다. 안 후보는 겸연쩍어하면서도 웃음으로 응대했다. 그러자 그는 “젊은 사람 많다고 인사하러 왔어? 부산(영도)에나 나오지 왜 서울에 나와?”라며 목청을 높였다. 안 후보는 “주민분들께서 판단해 주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나흘째를 맞은 안 후보는 요즘 선거의 밑바닥 민심을 톡톡히 체험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구름 청중을 몰고 다녔던 안철수, “새 정치를 하겠다”며 포부를 밝히던 귀국 기자회견 때의 안철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이날 찾은 순복음교회는 등록 교인이 5만 명이나 돼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동시에 상대인 민주통합당 이동섭 예비후보가 장로로 있는, 이 후보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교회를 방문하는 문제를 놓고 참모진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모진은 “안 후보가 초대형 교회에 간다고 하면 또 말들이 많을 테지만, 그래도 어디든 사람이 있는 곳이면 다 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말 속엔 절박함이 묻어난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 때나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 이후 선거 지원을 하던 때의 여유 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한 측근은 “안 후보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잣거리·노인정 등을 가리지 않고 다닌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밑바닥 민심은 복잡하다. “꼭 당선되시라”는 격려도 있지만 비난 섞인 퉁명스러운 반응들도 적잖다. 안 후보 자신도 달라진 민심을 느낀다.

 이날 상계동 노원마들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대회 개회식 행사에선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인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김 후보가 “힘드시냐”고 묻자 안 후보는 “되는 대로 많이 다닐 거다. 지난 대선 때는 사람 많은 데만 골라 다녔다”는 말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저녁엔 서울 중구의 한식당 달개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지난해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회동을 했던 곳이다. 두 사람 간 만남은 안 후보를 돕고 있는 송호창 의원이 주선했다. 송 의원은 “(안 후보가) 귀국하기 전에 통화했고, 귀국하고 나서 너무 오래 안 만나면 또 말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러니 셋이 차나 한 잔 하자고 만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의미가 없는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과의 만남을 공개적으로 추진한 것을 놓고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로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당선된 뒤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런 만큼 박 시장을 통해 안 후보가 뭔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그간 민주당에선 “안 후보가 출마하면서 민주당에 후보를 내지 말아달라는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았으니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박 시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출마에 대한 양해를 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회동에서 박 시장은 안 후보에게 “지역 주민들 만날 때 정말 낮은 자세로 만나는 게 도움이 될 거다. 진심으로 성실한 모습을 보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글=하선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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