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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물체 안에 빛을 담았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과학자가 고체 속에 빛을 정지시켜 가뒀다가 나중에 원래 상태대로 되살려내는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함병승 박사는 23일 "'프레시디움 이트륨실리케이트(Pr:YSO)'라는 투명한 고체 물질 속에서 레이저를 정지시켰다가 재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진공에서 초속 30만㎞로 움직이는 빛이 이 물질 속에서 에너지로 바뀌어 저장됐으며, 나중에 레이저를 다시 쬐어주니 원래의 빛이 재생됐다는 것이다.

함박사의 연구는 물리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RL)' 최근호에 실렸다.

지난해 하버드대 미하일 루킨 박사팀이 빛을 기체 안에 정지시켰다가 재생한 적은 있으나 고체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고체 안에 빛을 저장하는 기술은 현재의 슈퍼컴퓨터로 1천년 걸릴 암호 해독을 몇분 만에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나, 광(光)기억장치 개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반면 기체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연구를 소개하며 "함박사의 연구는 미래 양자정보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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